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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외국인 아내 사망’ 사건, 보험금 엇갈린 판결

세 번째 보험사 상대소 원고 승소
외국인 아내 한국어 능력 고려한
앞선 두 차례 소송에선 승패 각각


보험금을 타내려고 교통사고를 가장해 외국인 만삭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가 확정된 남편에게 사망보험금을 줘야 한다는 1심 판결이 재차 나왔다. 앞서 서로 다른 보험사를 상대로 한 두 번의 재판에선 보험 계약 체결 당시 아내의 한국어 능력이 쟁점이 돼 정반대의 판결이 나온 바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6단독 류희현 판사는 A씨와 딸이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지난달 30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류 판사는 메리츠가 상속비율에 따라 A씨에게 6000만원, A씨 딸에게 8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A씨는 2014년 8월 승합차를 운전하다가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동승했던 임신 7개월의 아내는 이 사고로 사망했다. 검찰은 A씨가 아내 앞으로 95억원 상당의 보험을 가입했던 점 등을 근거로 A씨를 살인 등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1심에서 무죄를,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반면 대법원은 A씨의 살인 동기가 뚜렷하지 않다고 봤고, 이후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거쳐 A씨는 살인 및 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다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치사 혐의는 인정돼 금고 2년형을 선고받았다.

앞선 두 번의 재판은 형사 재판 결과대로 사고의 고의성이 없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A씨 아내 명의로 다수 체결된 보험계약이 정당한지를 두고 판단이 갈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부장판사 박석근)는 지난 10월 28일 “(A씨의 아내가)각 보험계약의 의미를 이해하면서 보험계약 청약서에 자필로 서명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같은 법원 민사36부(부장판사 황순현)는 지난달 17일 A씨 아내가 한국말이 어눌해 약관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험 계약을 맺었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전 재판과 달리 민사206단독 재판에선 아내의 보험 계약 이해 여부는 쟁점이 되지 않았다. 대신 살해의 고의성 여부와 보험 계약 동기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해당 재판부는 살해 동기가 명확하지 않고, 아내 명의로 체결한 다수의 보험계약도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류 판사는 “이 사건 사고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부로부터 생긴 사고로 봄이 타당하다”며 “A씨가 사망 보장 목적의 보험에만 가입한 것이 아니라 질병 대비 연금 목적으로도 보험에 가입해 다수 보험계약을 체결한 동기가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이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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