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송년회 예약 들어와야 하는데” 사장님의 눈물 [이슈&탐사]

[팬데믹이 삼킨 사람들, 소상공인 수난 리포트] ① 낭떠러지에 서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 식당을 하는 강윤노(64)씨가 지난달 28일 식당 의자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강씨는 20명 이상의 단체 손님을 전혀 받지 못 해 식당 매출이 급감했다. 윤성호 기자

폐업 단계에 이르지 않은 소상공인도 생사의 기로에 서 있긴 마찬가지다. 국민일보 취재팀이 만난 소상공인들은 “하루 종일 일해도 남는 게 없다”며 “대출 때문에 폐업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일한다”고 말했다.

“블랙홀에 빠진 것 같습니다”

서울 구로구에서 식당을 하는 강윤노(64)씨는 현 상황을 블랙홀에 비유했다. 매일 아침 5시30분 식당 문을 열고 밤 10시까지 일하지만 남는 돈은 거의 없어서다. 약 92㎡(28평)인 식당 임대료는 한 달 250만원. 여기에 주방 직원 3명 인건비로 매달 800만원이 들어간다. 한 달 고정비가 1000만원이 넘는 셈이다. 강씨의 최근 월 매출은 1000만원이 조금 넘는다. 고정비를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다. 16년간 장사를 하며 저축한 돈은 가게를 유지하는 데 모두 사용했다.

그의 식당은 아침과 점심에는 제육볶음 된장찌개 등을 파는 백반집, 저녁에는 삼겹살 항정살 등을 파는 고깃집이다. 저녁 오는 20~30명 단체 손님이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코로나19 이후 강씨는 단체 손님 예약을 한 건도 받지 못했다. “지금쯤이면 송년회 예약이 들어와야 하는데, 올해도 참 허무해요.”

강씨는 폐업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지난해 생활비 등을 위해 소상공인 대출 1억원을 받아서다. “소상공인 자격으로 받았으니 폐업하면 곧바로 갚아야 해요. 폐업을 고민하다가도 대출을 받아놓은 게 있으니 결정을 못 하죠.”

가장 두려운 건 대출 상환이다. 1년 무이자, 1년 거치 조건으로 받은 대출 상환이 시작되면 매달 22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때 가서 영업이 잘되면 괜찮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지는 거죠.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요.”


“손실보상금요? 큰 의미 없습니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 먹자골목에서 20년째 김밥집을 운영 중인 박석언(63)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루 100만원이던 매출이 20만원으로 급감했다. 김밥집의 주 고객은 고척돔을 찾는 관중과 동양미래대학 학생, 구로성심병원 방문객이었다.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와 비대면 강의가 시작되면서 가게를 찾는 손님이 줄었다. 여기에 병원이 외부인 면회를 최소화하면서 손님의 발길이 끊기다시피 했다.

박씨는 최근 정부의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116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가 하나도 고맙지 않다. “손실보상금이라고 표현하기가 부끄러워요. 제 가게에 116만원은 큰 의미가 없어요. 지금 같은 상황이 2년째 이어졌는데요.”

약 40㎡(12평)짜리 가게에선 박씨와 직원 2명이 근무 중이다. 매출이 줄어도 직원은 줄이기 어렵다. 1명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1명은 김밥을 말아야 해 최소 2명이 필요하다. “물가까지 올라서 영업을 할수록 적자일 게 뻔하지만 그래도 대출금 상환은 해야 하니까 문을 여는 겁니다.”

강윤노(64)씨가 운영하는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식당의 지난달 28일 모습. 신발장에는 손님들의 신발 대신 신문지가 쌓여있다. 윤성호 기자

“배달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죠”

경기도 안산 단원구에서 분식집을 하는 신모(38)씨는 코로나19 이후 배달·포장 위주 영업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 지급하는 광고료 등을 따지면 배달·포장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배달 앱 화면 상위에 노출되기 위해서는 ‘깃발’을 꽂아야 한다. 깃발을 꽂지 않으면 앱에서 고객 눈에 들기 어렵다. 깃발 1개를 꽂기 위해 드는 비용은 한 달에 8만8000원. 신씨는 “안정적으로 고객을 확보하려면 10개 이상 깃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달 앱 1곳에 내는 광고료만 월 88만원이다.

주문 금액이 작을 때는 배달요금이 부담이다. 1만3000원짜리 주문을 받았는데 거리 할당이 적용돼 배달비 5500원을 내는 경우 나머지 7500원으로 재료비 인건비 포장용기값 광고비 수수료 등을 내야 한다.

음식을 배달하는 식당의 급증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이유다. 처음 사업을 시작한 5년 전엔 약 20개 가게와 경쟁했다. 일부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곤 배달 분식집이 많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재난지원금 주고 이럴 땐 장사가 엄청 잘됐죠. 그걸 보고 배달 안 하던 가게도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신씨는 지금 100개 이상 가게와 경쟁하는 것으로 체감한다.


“차라리 파출부를 뛸까 싶어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김치찌개집을 하는 심모(62)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건비 절약을 위해 4명이던 직원을 3명으로 줄였다. 가게는 100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손님이 없으니 3명으로 충분하겠다고 판단했다. 그마저도 지금은 3명이 번갈아 출근해 하루 2명만 일한다.

근무시간을 줄이자 직원 월급은 1인당 210만원에서 170만원으로 줄었다. 그래도 인건비와 대출 원리금 상환에 매달 660만원이 나간다. 여기에 임대료 부담이 더해진다. 심씨는 가끔 파출부로 일하는 게 지금보다 벌이가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파출부 하루 일당이 10만원이고 매일 일하면 월 300만원 나오잖아요. 지금은 매일 가게 열어도 적자인데….”

개업 후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소상공인 손실보상지원금은 받지 못했다. 추가 서류를 제출해 지원대상임을 확인했지만 PC 노트북 스마트폰 모두 신청 서류 입력이 안 되는 오류를 겪었다.

구청에서는 다수 소상공인이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으니 나중에 다시 해보라고 안내했다. “지원 대상이 아니면 포기를 하죠. 대상자가 맞는데 이렇게 되니까 화가 나는 거예요. 나는 급한데….”

이슈&탐사팀 권기석 박세원 이동환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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