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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 세상을 바꾸는 리터러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장


지난해 5월 미국에서 팬데믹으로 폭력 시위가 격화되던 무렵에 텍사스주의 댈러스시 경찰청은 트워터에 “여러분, 길을 가다가 불법적인 폭력 시위 행위들을 보게 되면 동영상을 찍어 우리 경찰청에 제보해 주십시오”라는 공고를 했습니다. 공고문 밑에 한 K팝 소녀 팬이 “자, 영상 여기 있어요(i got a video for you)”라는 댓글과 함께 멋진 외모와 출중한 실력을 뽐내는 유명 K팝 스타의 영상을 링크했습니다.

트위터에는 곧바로 난리가 났습니다. 수많은 트위터리안이 소녀가 쓴 트윗과 영상을 리트윗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여기 있어!”라는 소녀의 트윗을 재생산한 트윗은 삽시간에 트위터를 도배하기 시작했습니다. 댈러스 경찰청은 결국 트윗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디지털 사회관계망을 소통과 토론, 논쟁과 협상의 플랫폼이 아니라 명령과 감시의 플랫폼으로 사용하려던 경찰청은 망신을 자초한 셈입니다. 하지만 소녀 팬은 디지털 공간에서 읽고 쓰는 일의 속성을 잘 활용해서 실천했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교과서에서 발췌한 정보의 기억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듣고 경험해 얻은 앎이어야 합니다. 소녀 팬은 “삶의 경험이 꿋꿋하게 떠받치는 탁월한 리터러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시민”의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했습니다.

이 사실은 리터러시를 전공한 한양대 조병영 교수의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쌤앤파커스)에 나옵니다. 저자는 “경찰청의 트윗에 대한 소녀의 직관적인 판단과 대응으로 실천된 리터러시의 행위, 글쓰기의 행위, 표현의 행위, 삶의 경험을 근거로 해서 디자인한 의미 구성적 행위가 사회를 바꾼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읽기와 쓰기는 세상을 바꾸는 리터러시”라고 말했습니다.

리터러시는 글자 읽기에서 출발해 세상 읽기로 발전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텍스트는 이러한 지적, 정서적, 사회적 경험과 참여를 매개합니다. 형식, 내용, 출처, 질에 상관없이 리터러시란 결국엔 텍스트를 다루는 일입니다. 텍스트는 세상을 거울처럼 반영하지만, 동시에 세상을 그림처럼 표상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텍스트를 제대로 읽고 쓸 줄 알아야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또 세상을 바꾸는 리터러시는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읽기와 쓰기는 우리의 사회를 바꾸는 영원한 도구”라고 했습니다. 한 줄의 글이 세상을 바꾸기도 하는데 한 권의 책은 어떨까요? 누구나 임팩트가 강한 키워드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강한 책을 써낸다면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이미 좋은 대학을 나오면 인생이 달라지는 학력 사회는 지고 어떤 일을 부여받아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학습력 사회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공장이고 내 생각이 공장인 세상이 됐습니다. 세계 시민이 글과 영상으로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에서는 콘텐츠 산업이 21세기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잘 쓰기 위해서는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리터러시가 미래 교육을 위한 중요한 개념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쓸 줄 알면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어떤 과제를 줘도 모두와 협력하면서 일할 수 있을 테니까요.

코로나19로 세상이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이 앞날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선제적으로 책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읽을 수 있는 텍스트는 넘칩니다. 온라인으로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회사 동료끼리 함께 읽고 토론하면서 미래를 준비해보지 않으시렵니까!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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