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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순일 재판 거래 의혹에 침묵한 법관대표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가 6일 전체회의를 열어 논의한 끝에 ‘법관의 전보와 해외연수 선발에 관한 인사 원칙과 기준은 준수되어야 하고 그 원칙과 기준을 변경할 경우에는 사전에 공지돼야 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 2월 법관 정기 인사와 특혜 논란에 휩싸였던 법관의 해외연수 건이 안건 논의와 의결의 배경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올해 법관 정기 인사는 특히 논란거리였다. 같은 법원에서 3년, 같은 재판부에서 2년을 근무한 부장판사는 다른 법원으로 이동하는 관례가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담당한 부장판사는 4년째, 사법농단 사건을 맡은 부장판사는 6년째인데도 서울중앙지법에 잔류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정치적 고려를 한 인사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법관대표회의가 당시 인사의 부당성을 뒤늦게나마 지적한 것인데 김 대법원장은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법관의 독립성,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려면 법관의 인사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대법원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인사에서 불이익이나 특혜를 줄 수 있고 법관이 이를 의식하게 된다면 양심에 따른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겠나.

법관대표회의가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 문제를 외면한 것은 아쉽다. 재직 중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무죄가 확정되도록 주도적 역할을 하고 퇴임 후 대가를 받았다는 의혹인데 그저 막연한 의혹이 아니다. 권 전 대법관이 해당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와 판결을 전후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를 대법관실에서 8차례나 만난 의혹이 있고 퇴임 직후 화천대유 고문 변호사를 맡아 거액의 자문료를 받았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법관회의에서 논의했어야 마땅했다. 이 사안에 침묵하고 있는 대법원에 자체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재판 불신의 근원인 전관 특혜 근절을 위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법관의 독립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법관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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