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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인파이터와 아웃복서

태원준 논설위원


지난 몇 주 동안 대선판은 좀 기이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후보만 보이고,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후보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이 후보는 온갖 정책 발표부터 대야 공격과 방어까지 직접 나서서 뛰어다닌 반면 윤 후보는 그것을 할 사람들을 규합하느라 뛰어다녔다. 여당발 대선 기사는 수많은 따옴표에 묶인 이 후보의 발언으로 채워지는데, 야당발 기사에는 후보가 아닌 사람들이 더 많이 등장했다. 여당 의원들이 숙제하듯 ‘이재명 인물탐구’를 SNS에 올리는 동안 야당 의원들은 김종인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의 의중을 읽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냈다.

이 후보는 며칠 전 자신의 가족사를 자세히 공개했다. “아버지는 시장 화장실 청소부였고, 어머니는 화장실을 지키며 10원, 20원에 휴지를 팔았다. 큰형님은 추락사고로….”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얼마나 어려운 환경에서 얼마나 성실하게 아등바등 노력해왔는지 알리려 애쓰고 있다. 윤 후보는 엊그제 “정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하는 것”이란 글을 페이스북에 썼다. “지도자 한 사람이 모든 걸 결정하고 끌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선대위 구성을 위해 뛰어다닌 까닭을 설명했다. 같이 할 사람들을 모으는 일이 그만큼 중요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인물을 부각시키려는 이 후보와 어떻게든 폭넓은 진영을 구축하려는 윤 후보. 상반된 스타일처럼 지지자들 목소리도 사뭇 다르다. 지난 5일 이 후보의 유튜브 방송에 “윤 후보를 토론으로 밟아 달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이를 본 이 후보는 “밟을 것까진 없고, 실력을 좀 보여드리긴 해야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윤 후보 지지자들은 ‘울산 회동’에 환호했다. 이 대표와 앙금을 털어낸 모습, 김 위원장이 결국 합류했다는 소식에서 윤 후보의 정치력과 승리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이렇게 한쪽은 인물을 내세우고, 다른 쪽은 진영을 앞세우고 있다. 일대일로 맞짱을 뜨려는 인파이터와 외곽을 돌며 점수를 쌓으려는 아웃복서의 대결을 보는 듯하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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