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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가 경품 값이냐”… 마이데이터의 씁쓸한 마케팅

주식·쿠폰 내걸며 고객 모집 혈안
여러 앱 연동, 개인정보 유출 우려
경품 제공 날 맞춰 해지 적지않아


한 금융회사 앱에서 다른 금융회사 정보까지 연동해 소비자의 금융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조회·관리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제도가 12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시중은행, 카드사,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은 주식·포인트·쿠폰 등 경품을 내걸며 이용자 모집에 혈안이지만, 일각에서는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소비자의 금융 정보를 한 곳에서 조회해주고 재무 현황과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해 자산·신용 관리를 도와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에서 마이데이터 연동을 신청한 고객은 KB스타뱅킹 앱에서 하나은행, 삼성증권, 현대카드 등 전혀 다른 금융회사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조회 범위는 예·적금 계좌 잔액, 거래 내역, 카드 결제 내역, 세금 납부 내역 등 각종 금융정보를 총망라한다. 소비자는 이 같은 정보를 개인 재테크, 자산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소비자가 자신의 금융정보를 찾기 위해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데이터 주권’을 회복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마이데이터의 도입 취지다.

금융소비자 편의를 도모한다는 취지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민감한 금융정보를 다양한 앱에서 연동하고 모은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부작용도 제기된다. 이미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사이버 금융범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마이데이터를 통해 금융정보의 문턱이 낮아진다면 소비자들이 금융사고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은 이런 부작용을 염두에 두기 보다는 앞다퉈 마이데이터 신청자를 확보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막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 시범운영 대상자로 선정된 금융회사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저마다 다양한 경품을 내걸며 이용자 모집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앱 ‘나무’에서 마이데이터를 신청한 고객들에게 케이뱅크 주식 1~3주를 주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하나카드 등 3개 앱에서 마이데이터를 신청하면 하나머니를 제공한다. BC카드가 운영 중인 플랫폼 ‘페이북’은 최대 5만원까지의 페이북머니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 대부분이다. 민감한 개인 금융정보 유출 위험에 비해 금융사가 제공하는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주요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A은행, B증권, C카드 세 곳만 하면 된다” “경품 가액이 최소 1만원 이상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등 ‘체리피킹’(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에서 유리한 것만 골라 혜택을 보는 행위) 기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커피 쿠폰이나 소액의 포인트 등 ‘약소한’ 경품을 제공하는 금융회사를 향해서는 “이 정도로 남의 정보를 거저 사려 하다니 괘씸하다”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대부분 금융회사들은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경품 제공 시점을 다음 해 1~2월 안팎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이 시점이 지나자마자 마이데이터를 해지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 등 과거 사업처럼, 들인 공에 비해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마이데이터 특성상 한 번 시장이 선점되면 후발주자가 따라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초반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곳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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