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힘이 될 법” 경찰관 책임감경 법안 두고… 시민사회 “우려”

“규정 포괄적… 공권력 남용 면죄부”
민변·참여연대 등 회견 열고 비판
경찰 “적극적 법 집행 가능해질 것”

뉴시스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경찰관직무집행법(경직법) 개정안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인천 흉기 난동 사건’ 등 잇단 부실 현장대응 논란으로 몸살을 앓는 경찰은 경직법 개정을 통해 적극적인 법 집행이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하는 반면 시민사회는 공권력 남용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경찰개혁네트워크는 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직법 개정안은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으로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개정안은 경찰관이 현장에서 직무수행 중 타인에게 피해를 줘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다면 형사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연일 경찰의 부실 대응이 뭇매를 맞자 현장에서 적극적인 법 집행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지난달 29일 국회 소관 위원회인 행정안전위에서 의결됐다. 8일 열리는 법사위 전체회의 문턱을 넘으면 본회의 통과에는 문제가 없을 거란 전망이 많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찰의 물리력 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형사책임감면’ 조항을 문제 삼는다. ‘사람의 생명·신체를 보호·구조하기 위해’라는 세부적 규정이 주관적 표현인 ‘긴박한 상황’으로 대체됐고, ‘타인에게 피해’라는 문구 역시 피해 범위를 특정하지 않아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비판이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경직법 개정 계기가 된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을 두고도 “경찰이 현장에서 물리력 사용을 주저했기 때문이 아니라 훈련 부족에 따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현실적인 매뉴얼을 만들고 현장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훈련, 인력 충원 등 조직 차원의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번 개정안을 반기는 분위기다. 앞서 김창룡 경찰청장은 “(경직법 개정안은) 힘들고 어려울 때 현장 경찰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법”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 사건’ 당시 경찰이 전자발찌 절단 사실을 파악하고도 그의 집을 수색하지 않아 추가 살인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자, 경찰은 집에 찾아갔지만 문을 강제로 열 법적 근거가 없어 시행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었다.

아동학대 현장에서도 강제력을 동원해 분리조치를 할 경우 각종 소송에 휘말릴 수 있어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경찰은 항변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짊어져야 할 책임은 크지만 공권력 행사 권한은 사실상 없는 게 현실”이라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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