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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위대한 퇴사? 사표 대란?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한국시간으로 지난 3일 밤 국내외 투자자들은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개의 11월 고용지표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비농업고용 증가 인원이 전문가 예상치(55만명)나 전월 증가치(54만6000명)의 절반도 안 되는 21만명에 그쳤다는 발표 때문이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출현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와중에 경기 하강 충격까지 겹치는 게 아니냐는 공포심을 낳게 했다. 반면 실업률은 전월 4.6%보다 크게 줄어든 4.2%로 나타나자 엇갈린 두 지표를 해석하느라 혼란에 빠졌다. 호전된 실업률대로라면 취업자 수가 113만6000명이나 늘어 미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 속도가 커지고 금리 인상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우려됐다. 이래저래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해 나스닥지수가 1.92%나 떨어졌다.

고용 수치와 취업자 수가 다르게 나타난 것은 조사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는 기업체에 신규 고용 인원을 묻는 데 비해 후자는 가계를 상대로 “실업 상태냐, 아니냐”를 묻다 보니 조사 대상자 입장에서는 자영업이나 가족노동자, 혹은 무급휴직자에 해당되면 모두 실업자가 아니라는 답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가계조사에서 나타난 취업자 통계는 팬데믹 이후 일에 대한 사람들의 중대한 태도 변화가 반영되는 것 같다. 지난 9월 미국인들이 440만명이나 자발적으로 사표를 내고 직장을 떠났는데 다음 달 자영업자 수는 팬데믹 이전인 지난해 2월보다 50만명 늘어난 944만2000명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전에 비해 미국 전체 고용 인원은 3% 줄어든 반면 자영업자 비율은 5.4%에서 5.9%로 늘어나면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이 1998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과는 정반대 현상으로 새로운 흐름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이런 현상을 두고 텍사스 A&M 대학 앤서니 클로츠 교수의 신조어 ‘그레이트 레지그네이션(Great Resignation)’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걱정인 이들은 이를 두고 타의에 떠밀려 퇴사를 하는 뜻으로 ‘사표 대란’으로 번역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보다는 ‘great’라는 단어에 담긴 ‘위대한’이란 본래 뜻을 살려 ‘위대한 퇴사’로 직역하는 게 추세에 더 어울릴 것 같다. 미국인들이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나가는 퇴사 행렬은 상명하복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업무 시간을 스스로 정하고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하고 싶은 일에 새롭게 도전한다는 의미가 강해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최애’ 소설 중 하나가 ‘위대한 개츠비(Great Gatsby)’인 점에서 엿볼 수 있듯 이들에게 ‘great’라는 말은 못다 이룬 아메리칸 드림과도 연결된다. 비대면 기술 발전까지 가세하면서 이런 흐름이 가속화된다면 코로나가 산업혁명 이후 지속돼온 공장식 노동 형태를 180도 가사노동 형태로 되돌려 놓는 ‘위대한’ 변화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내 자영업자 증가 현상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미국도 한국처럼 과세 및 복지 체계 등이 봉급생활자보다는 자영업자에 아주 불편한 구조로 짜여져 있어서다. 그래서 자영업자 증가 현상은 기업들이 경기 회복으로 임금까지 올려주겠다며 비워 놓은 일자리가 900만개 이상 기다리고 있는 등 아직 기댈 언덕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일시적 이탈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관성 없이 고무줄처럼 왔다 갔다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도 모자라 여당 대선 후보 입에서 식당 총량제 아이디어가 함부로 튀어나올 정도로 찬밥 신세로 전락한 한국 자영업자 현실과 비교하면, 그나마 미국 민초들은 행복한 일탈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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