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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선수 뺨치는 열정… 배구 초보도 때리고 받고

[열린 체육관 열린 생활체육] <중> 도심에서 운동을 즐긴다

배구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이 지난 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한수중학교 체육관에서 배구 경기를 하고 있다. 고양=이한결 기자

지난 5일 오후 1시 30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한수중학교 체육관. 초겨울 추운 날씨였지만, 운동복을 입은 사람 10여명이 모여 배구를 하고 있었다. 코치가 ‘어이’를 외치며 공을 던져 놓으면 한 사람씩 달려와 공을 리시브했다.

“공 바구니에 담고 모여볼게요. 이번에는 저 방향에서 달려와 해봅시다. 언더핸드로만 하지 말고, 오버핸드로 해도 됩니다.”

코치가 코트 오른쪽 구석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이어 토스 스파이크 서브 연습이 차례로 진행됐다. 스파이크 연습 도중에는 토스된 공을 내려치다 공이 네트에 걸리고, 제대로 내려치지 못해 공이 자기 코트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때면 서로 “괜찮아”를 외쳤다. 코치는 “이 정도 점프해서 가슴을 연 상태로 내려치면 된다”고 알려줬다.

1시간가량 지나 연습이 모두 끝나고 남성·여성 혼합팀의 9대 9 연습 경기가 열렸다. 선수들은 6명으로 한 팀을 이루지만, 아마추어는 9명이 한 팀이다. “나이스 서브” 소리와 함께 공이 넘어가자 “마이(내 공)”를 외치며 바삐 움직였다. 공을 받으려고 바닥을 뒹굴기도 하고 서브를 하다 같은 편을 맞출 때도 있었지만, 웃음이 넘쳤다. 점수를 따건 잃건 서로의 플레이를 칭찬했다. 실수한 뒤 ‘미안하다’는 손짓에는 “아니야, 좋았어”라며 격려했다. 경기는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체육관에 모인 이들은 선수가 아니다. 학교 체육시설 개방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한 일반 시민들이다. 대한체육회는 매년 학교 체육관을 개방해 지역 주민의 생활체육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시민들은 월 1만원의 저렴한 회비로 학교 체육관에서 프로그램을 관리·운영하는 매니저에게 운동을 배울 수 있다.

이곳 한수중에선 매주 일요일 배구 종목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이메일을 통해 일반 시민의 신청을 받는데 금세 인원이 찬다고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체육관을 빌리는 것조차 어려워진 상황에서 고정적인 장소가 제공된다는 게 인기 비결이다.

김홍민(35)씨는 “코로나19 이후 개방되는 체육관이 없어 1년 가까이 운동을 즐기지 못했다”며 “학교 체육관이 개방된 덕에 사람들과 배구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초보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통상 일반인이 동호회에 가입하려면 일정 수준의 기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은 제약이 없다. 배구선수 출신의 매니저가 시민들에게 기초부터 알려준다. 배구를 배운 지 2주째인 김민성(18)군은 “가족과 배구 경기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직접 해보고 싶어 나왔다”며 “코치(매니저)님이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고 했다.

주소영(52) 매니저는 “학교가 역 근처에 있고 시설도 좋아서 그런지 참가자가 많은 것 같다”며 “참여율도 높고, 배구를 배우려는 열정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통상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진행되는데 더 배우고 싶다는 요청도 있을 정도다.

회원들은 단체 카카오톡 방을 통해 소통을 이어간다. 지역 사회에 배구 동호회가 생긴 셈이다. 주 매니저는 “코로나19로 2개월간 프로그램이 중단됐을 때 토스 연습 방법 등을 촬영해 방에 올리기도 했다”며 “그때마다 모여서 운동하고 싶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올해 프로그램은 종료를 앞두고 있다. 매년 1~2월 전국 학교의 신청을 받고 선정 작업을 거쳐 지원사업이 진행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은 4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다. 김씨는 “내년에도 참가할 건가”라는 질문에 “당연하죠. 학교를 열어주시기만 하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라고 했다.

수도권에 더 많은 학교가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나왔다. 수도권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학교는 6곳에 불과하다.

고양=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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