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짜리 음식 팔아 배달비로 6000원…이러다간 죽어요”

[팬데믹이 삼킨 사람들, 소상공인 수난 리포트] ② 부메랑이 된 배달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장지현씨가 지난 8일 경기도 양주 매장에서 주문 들어온 피자를 만들고 있다. 양주=김지훈 기자

지난달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배달대행사의 무리한 요구, 이제는 제재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경기도 양주 지역 소상공인들이 배달대행업체 A사의 배달 수수료 인상과 보증금 징수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들은 “배달업체의 보증금 징수가 양주에서 성공하면 전국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코로나 시대 필수가 된 배달. 음식점 주인들과 배달업체 사이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달 수수료에 짓눌린다

양주에서 배달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40)씨는 최근 주문의 절반을 직접 배달하고 있다. 최근 배달대행업체 A사가 배달 수수료를 건당 3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려서다. A사는 이와 별도로 계약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보증금 100만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한 번에 내기 어려우면 배달 건당 1000원을 보증금 명목으로 분할 납부하라고 했다. 1만5000~2만원 음식의 배달비로 수수료 포함, 6000원씩 부담하기엔 힘이 들어 어쩔 수 없이 배달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씨는 6년 전 어머니와 함께 반찬가게를 차리면서 소상공인 세계로 들어섰다. 어머니가 부산에 갖고 있던 주택을 판 돈이 장사 밑천이었다. 반찬가게가 망하면서 대출 빚 1억원이 생겨 개인회생에 들어간 이씨는 배달 전문 음식점으로 재기를 꿈꿨다. 닭볶음탕과 육회비빔밥 등을 ‘숍인숍(shop-in-shop)’에서 팔았다. 두 가지 이상의 음식을 하나의 매장에서 파는, 코로나19 이후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배달 전문 음식점 형태다.

한때 한 달 수익이 700만원까지 나면서 이씨는 차근차근 빚을 갚을 수 있었다. 배달 전문 음식점끼리 경쟁이 심해지고 배달비가 증가하면서 최근 한 달 수익이 250만원으로 감소했다. 어머니와 자신이 진 빚 300만~400만원을 매달 제하고 나면 ‘적자 인생’이 반복된다. “엄마랑 울면서 일한 적도 되게 많아요. 봉사를 많이 했는데 종교 갖는 것도 이제 사치예요. 하나님 한 번 찾을 시간에 저희는 배달의민족 리뷰 보고 앉아 있어야 하죠. 당장 저녁이 힘들고 내일이 힘들고 말일이 무서워요. 가족이 없었다면 엄마랑 저랑 둘이 손잡고 정말 한강 갔을 거예요.”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장지현씨가 지난 8일 경기도 양주 매장 앞에서 피자를 배달하기 위해 차 문을 열고 있다. 장씨는 최근 배달대행업체가 배달수수료를 올리자 업체와 재계약하지 않고 조리와 배달을 모두 직접 한다. 양주=김지훈 기자

같은 동네에서 지난해 9월부터 피자 가게를 운영해온 장지현(39)씨는 최근 배달대행업체 A사와 재계약하지 않았다. A사는 ‘피자는 빨리 식으니 배달 수수료를 5000원으로 올리겠다’고 했고 장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장씨는 수수료가 5000원이면 순이익이 월 35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가게를 시작할 때 6500만원 중 90%를 대출받아서 매달 대출 이자도 빠져나간다”며 “차라리 가게 장비를 중고로 팔고 손해를 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그렇지만 다른 생업의 길이 없어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주문을 받는 일부터 피자 만드는 일, 배달까지 모두 ‘나홀로’ 한다. 그는 2019년 발견된 직장암이 폐로 전이돼 지난해 재수술하고 완치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크게 할 생각도 없었고 작게 운영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발목이 잡힌 거죠. 날씨도 추운데 배달까지 하니 피곤하고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죠. 먹고 살아야 하니.”

배달대행업체도 할 말이 있다

배달 수수료를 올리고 보증금 제도를 신설한 A사는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이 업체는 최근 자사에 고용된 배달기사(라이더)들의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제 원인으로 지목한 상대는 배달플랫폼인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6월 8일 ‘단건 배달’을 하는 배민1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배달기사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A사 관계자는 “배민1이 시작된 뒤 라이더 200명 중 50명이 빠져나갔다”며 “한 달 수익이 30~40% 줄어들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과거 배달플랫폼은 각 음식점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역할만 했다. 실제 배달을 어떻게 할지는 각 음식점의 선택 사항이었다. 음식점은 대부분 A사와 같은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배달을 맡겼다. 이 시스템에선 대개 한 번에 2~5건을 동시에 배달하는 ‘묶음배달’이 이뤄진다. 배달 효율성을 위해서다.

2019년 5월 출범한 쿠팡의 ‘쿠팡이츠’는 최초로 ‘단건 배달’ 모델을 들고나와 배달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배민1이 가세하자 배달 생태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단건 배달엔 더 많은 라이더가 필요하고, 라이더를 모으는 방법은 돈이다. 배민1의 현재 배달 1건당 비용은 6000원(중개이용료 1000원+배달비 5000원)이다. 음식점주와 소비자가 함께 이 돈을 부담한다. 라이더는 이 가운데 기본 배달 수익으로 3000원을 받아간다. 이게 다가 아니다. 배민1은 배달 거리가 기본 범위에서 500m 추가될 때마다 라이더에게 500원씩 더 준다. 비 오는 날엔 우천 할증료 1000원을 준다. 배달 수요가 몰릴 땐 6000~8000원을 더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쿠팡이츠도 라이더 수익 구조가 크게 다르진 않다. 5번 이상 배달하면 1만원을 얹어주는 등의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이게 A사가 양주 음식점에 배달수수료를 1000원 올린 배경이다. 하지만 1000원을 인상해도 대형 배달플랫폼 업체와 경쟁이 쉽지 않다는 게 A사 하소연이다. A사 관계자는 “답답해서 직접 배민1을 설치하고 저희 4500원 받는 똑같은 거리로 배달을 해봤어요. 그런데 6300원 주더라고요. 그러니까 지금 1000원 올려도 기사들이 가져가는 돈에서는 게임이 안 되는 거예요.”

근무조건 면에서도 A사는 배달플랫폼과 경쟁하기 힘들다. A사는 소속 라이더에게 오전 11시 출근, 오후 10시 퇴근을 강제한다. 라이더 숫자가 한정적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 달 휴무일은 단 4일이다. 라이더는 26일 만근을 해야 A사와 약속한 배달 수익을 온전히 챙길 수 있다. 반면 배민에서 일할 경우 전업 라이더인 ‘배민 라이더스’ 형식으로 일하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만큼 선택적으로 배달할 수 있다. 다른 배달플랫폼의 배달을 동시에 해도 제재가 없다. A사 관계자는 “라이더 분들이 플랫폼 업체처럼 배달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말고 그렇게 해 달라고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기업이야 라이더 인원이 몇만명 되니까 자유롭게 운영해도 되지만 저희는 인원이 딱 필요한 정도로 있는데. 그렇게 하면 그냥 망합니다 바로.”

플랫폼의 침투, 그 끝은

A사는 지난달 29일 결국 계약기간을 연장하고 보증금을 받으려던 방안을 철회했다. 지역 소상공인의 항의가 거셌기 때문이다. 다만 배달수수료 1000원 인상은 지난달 10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양주 사례는 플랫폼이 장악한 배달 업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플랫폼 업체가 자본력과 데이터를 무기로 직접 시장에 뛰어들 경우 기존 배달대행업체가 곧바로 위기를 겪게 되고, 이는 소상공인에 대한 부담 전가로 이어진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경기도 안산 등 수도권 곳곳에서 배달수수료를 올리는 대행업체가 잇따르고 있다. 이 업체들도 라이더 이탈 문제를 호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점점 부담이 커지는 것은 소상공인과 소비자다. 플랫폼 움직임에 따라 소상공인은 언제든 배달 수수료 폭탄을 맞을 수 있는 구조가 됐다.


배달플랫폼은 직접 계약 관계를 맺는 배달·운송 인력을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21년 배민·쿠팡 같은 플랫폼의 배달·배송·운전 관련 직종 종사자 수(15~69세)는 약 50만명이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조사에선 배달·운송 종사자 수(15~64세)가 약 11만4000명에 불과했다. 조사 연령대가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최근 1년 사이 배달플랫폼으로 향한 라이더 숫자가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배달플랫폼 측은 강제로 라이더를 빼 온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아한형제들과 쿠팡 관계자는 “배달대행업체 소속 직원을 강제로 뺏어왔다면 갑질이 될 수 있지만 라이더 분들은 프리랜서라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며 “우리 입장에서도 라이더 처우 개선에 힘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배달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소상공인도 존재하며 어려운 소상공인과 라이더를 위한 지원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슈&탐사팀 권기석 박세원 이동환 권민지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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