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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마구 검열해선…” n번방 방지법 실효성 논란

“엄격한 규제 기준 없다면 위헌 소지
‘온상’ 텔레그램엔 법 적용 어려워
촬영물 필터링 기술도 보완해야”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과 동시에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 통신업자를 상대로 한 법안의 실효성과 검열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면서다. 법조계에서는 불법 촬영물 유포를 막는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규제대상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없다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괄적 규제 시행은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n번방 사건은 조주빈을 비롯한 일당이 2018년 하반기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해 미성년자 등의 성착취 영상을 찍게 하고 이를 유포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다. 반인륜적 범죄를 막자는 취지로 발의된 n번방 방지법은 지난해 5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고, 이달 10일부터 시행됐다.

그런데 법안 시행과 동시에 여야 대선 후보에서부터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표현의 자유는 좋지만 모든 자유와 권리에는 한계가 있다”며 법안을 지지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n번방 방지법은 제2의 n번방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면서 절대다수의 선량한 시민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고 주장했다.

표현의 자유와 검열 공포 논란이 불거진 건 n번방 방지법의 적용대상과 연관된다. 해당 법안은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연매출 10억원 이상 혹은 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 인터넷 사업자가 이용자들의 불법 촬영물 유통 여부를 사전에 확인토록 정했다. 비공개 대화방이 아닌 네이버·카카오를 포함한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도 적용대상이다. 정작 n번방이 개설됐던 텔레그램은 국내 법인이 없어 법 적용이 어렵다.

법조계에선 n번방 방지법이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 포괄적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n번방 사건에서 불법 촬영물의 주된 유통경로는 텔레그램 기반의 회원제·비공개 대화방이었지만 불특정 다수에 공개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도 법 적용대상이 됐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3일 “비공개로 이뤄지는 심각한 문제만을 규제한다고 한정했을 때 법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말했다.

규제대상 촬영물 여부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구체적인 법적 잣대가 없다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장 교수는 “(촬영물을) 삭제할 때는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공익적인 필요성 내지는 제한의 요건이 훨씬 엄격해야 한다”며 “문제되는 부분이 필요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위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번방 방지법에서 규정한 불법 촬영물 필터링 기술도 보완대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정부의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필터링 기술은 아직 개발된 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결국은 국민의 기본권리를 제한하는 만큼 기술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며 “집행 단계에서 구체성과 비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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