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절 서린 강물 위 ‘빛의 향연’… 巨富의 재물운 ‘부자마을’

남강·지수천… 물길 따라 경남 진주 여행

경남 진주시 진주성 건너편 남가람 공원 인근 전망데크에서 본 남강유등축제 야경. 노벨·평화천사·한반도평화·어린왕자 등 ‘평화’를 상징하는 유등이 화려한 빛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경남 진주시는 북쪽인 진주성을 중심으로 동쪽의 선학산, 남쪽의 망진산, 서쪽의 진양호 등에 둘러싸인 분지형 도시다. 이곳에서 2년 만에 남강유등축제가 지난 4일 개막했다. ‘천년의 강 평화를 담다’라는 주제로 남강에 대형 수상등 61개와 수상 부교 2곳을 설치해 진주성 촉석루와 어우러진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축제는 코로나19 확산 추세에 아쉽게도 지난 13일부터 1주일간 일시 중단된 상태다.

경남 함양군 서상면 남덕유산에서 발원하는 남계천이 1970년 건설된 진양호에서 덕천강과 합친 뒤 진주에서 남강으로 흐른다. 남강 옆 진주성은 ‘진주 8경’의 하나로, 토성이었던 것을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1379년(고려 우왕 5년) 석성으로 고쳐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내성 둘레는 1760여m, 외성 둘레는 4㎞가량이다.

이곳에서 1592년 10월 임진왜란 3대 대첩 가운데 하나인 진주대첩이 벌어졌다.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이 3800여명의 군사로 왜군 2만여명을 물리쳤지만 이듬해 6월 왜군과 2차 전쟁이 벌어졌을 때 민·관·군 7만여명이 끝까지 항쟁하다 순절했다.

유등(물 위에 띄우는 등불)은 이 역사적 사건과 관련 있다. 강을 건너 진주성을 공격하려는 왜군에 대해 조선군이 강물에 유등을 띄워 저지하고, 성 밖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통신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진주 사람들은 남강에 유등을 띄워 진주성에서 순국한 선열의 넋을 위로해 왔다.

지난 주말 다녀온 남강유등축제는 환상적인 ‘빛의 향연’을 펼치고 있었다. 망경동 남강둔치에서 출발했다. 백신 패스를 제시하고 체온 측정, 손소독제 등을 하면 팔목에 축제장 출입 팔찌를 채워줬다. 유등은 오후 5시에 불을 밝혔다.

가장 먼저 배다리 형태로 만들어진 제1 수상 부교가 나왔다. 깃발 등으로 장식된 배 위에 부교를 놓았다. 건너편 촉석루로 연결된다. 왼쪽으로 노벨·평화천사·한반도평화·어린왕자 등 ‘평화’를 상징하는 유등이 화려함 속에 다양한 의미를 뿜어내고 있었다.

진주성 공북문을 들어가면 김시민 장군 동상 주변으로 ‘평화·화합·사랑·공존’을 주제로 한 진주성 특별 기획존이 마련돼 있다. 야외공연장에는 진주지역작가와 콜라보로 만든 35점의 유등 작품이 전시돼 있다.

100년 만에 복원된 망진산 봉수대.

진주성 건너편 망진산(望晉山)에 봉수대가 있다. 돌과 흙을 사용한 남방식 봉수대였다. 고종 32년인 1895년 폐지됐다가 1996년 광복 50주년 통일기원 전국 봉화제 재현 운동을 계기로 진주 시민 2000여 명의 모금을 통해 100년 만에 돌만 사용하는 북방식으로 복원됐다. 모양이 다른 돌들이 모여 반듯하게 만들어져 있다.

진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선학산 전망대.

봉수대 한쪽에는 5개의 돌이 올려진 기단이 있다. 백두산 돌과 한라산 돌, 지리산 돌, 독도의 돌, 진주 월아산 돌들이다. 기단 위의 빈자리는 통일 후 금강산 돌을 두기 위한 자리다. 봉수대 위에 올라서면 진주 남강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진주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선학산도 있다. 해발 135.5m의 낮은 산으로 가볍게 산행하기 좋다. 정상에는 선학산 전망대가 있다.

남강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지수면 청담리에서 지수천이 합류한다. 하천이 감싸 도는 곳에 김해 허씨와 능성 구씨의 집성촌인 승산마을이 있다. 쿠쿠전자 구자신 회장 생가, LIG 구자원 회장 생가, LG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 생가, GS 창업주인 허만정 회장 생가, GS 허준구 회장 생가, 지신 허준 선생 고가 등이 있는 ‘부자마을’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한 허준 선생의 산정인 지신정.

지신정은 인재육성에 뜻을 두고 일신학교(진주여고 전신)를 설립해 나라에 기증했을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때 독립군 자금을 대고 주민들에게 토지를 무상으로 나눠 주는 등 애국 활동을 한 허준 선생이 말년을 보낸 산정이다. 바로 옆 언덕 위에 부자마을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숲이 우거져 마을을 조망할 수 없어 아쉽다.

승산마을 길 건너편에 있는 옛 지수초등학교(1921~2009년)는 재벌들을 배출한 학교로 유명하다. 1980년대까지 지수초등학교 출신 중 30명이 한국의 100대 재벌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교정에는 의령 출신 이병철, 함안 출신 조홍제(효성그룹 창업주), 이곳 출신 구인회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부자 소나무’가 우뚝하다.

여행메모
지수면사무소 주변 승산마을 주차장·마을 안내도… 육회비빔밥·진주냉면 등 먹거리

남강을 가로지르는 제1 수상 부교 너머 진주성에도 다양한 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2년 만에 지난 4일 개막한 축제는 지난 13일부터 일시 중단 상태다.

코로나19 사태로 진주남강유등축제가 일시 중단돼 야간에 불 밝힌 유등을 볼 수는 없지만 남강 남쪽 남가람 공원 인근 전망데크 등에서 주간에 강 위에 떠 있는 모습 등은 볼 수 있다.

망진산 봉수대는 차로 갈 수 있다. 길이 좁고 구불구불해 운전에 주의가 필요하다. 선학산 전망대는 걸어서 가야 한다. 등산로가 여럿 있다. 대부분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모덕체육공원 인근 ‘그라운드골프 상대클럽’에서 출발하면 750m 거리다. 대규모 무료주차장이 있어 편리하다. 승산마을은 남해고속도로 지수나들목에서 가깝다. 지수면사무소 주변에 주차장과 마을 안내도가 있다.

육회비빔밥은 진주의 대표 먹거리다. 황금색 둥근 놋그릇에 하얀 밥과 육회, 숙주, 고추, 근대나물 등 다섯 가지 나물이 어우러져 일곱 가지 색깔의 아름다운 꽃 모양을 하고 있어 ‘꽃밥’ 또는 ‘칠보화반’(七寶花盤)으로 불린다.

육전과 달걀지단을 꾸미로 올린 진주냉면도 별미다. 새콤달콤한 냉면이 육전과 조화를 이룬다. 평양냉면이 메밀가루에 녹말을 약간 섞어 만드는 데 비해 진주냉면은 순 메밀만으로 만들고 돼지고기를 쓰지 않는 게 특징이다.





진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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