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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산으로 출근, 바다로 퇴근…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회사 근무 형태도 다양해졌다. 낯설게 느껴졌던 재택근무가 일상에 자리 잡아가고 있는가 하면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워케이션(Worcation)’까지 도입되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곳에 머물면서 일을 병행하는 ‘휴가지 원격 근무’다.

워케이션은 기업, 근로자 모두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기업은 워케이션 지원을 통해 직원의 만족도를 높이거나 인재 확보를 위한 기업문화를 제고할 수 있다. 근로자는 근무 종료 후 바로 휴가에 돌입해 여행지로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에도 매력적이다. 여행객을 늘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지역 관광 숙박업계 역시 평일에도 고객이 늘어나고 휴일과 균등화하는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이에 워케이션족을 유치하기 위한 행사가 활발하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4일 휴가지 원격 근무 활성화를 위해 강원도관광재단과 함께 강원도 강릉에서 ‘2021 워케이션 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포럼 주제는 ‘워케이션을 통한 한국관광 리부팅’. 국내외 워케이션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국내외 현황 분석 및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신규 비즈니스 여행 수요 창출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강원도관광재단은 국내 기업과 함께 지난 8일부터 오는 18일까지 평창군과 양양군 일대에서 ‘기업형 강원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시범운영 중이다. 업무를 마친 여가에 요트체험, 요가체험 등이 신설됐다. 앞서 지난 10월 ‘산으로 출근, 바다로 퇴근’을 주제로 평창과 고성에서 ‘강원 워케이션 시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인당 14만3000원으로 주중 3박4일 일정을 진행했는데 205명이 참여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도 지난 10월 말부터 평창에서 첫 워케이션을 시작했다. 신청자는 일주일간 현지에서 업무와 휴식을 병행하고 회사는 호텔, 식사, 법인차량 등을 지원한다. 야놀자는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한 지역 관광을 장려하고, 워케이션 전용 상품도 개발하기로 했다.

경남에서 진행 중인 ‘섬택근무’도 눈길을 끈다. 말 그대로 섬에서 지내며 근무하는 것. ‘경남의 살고 싶은 섬 1호’로 선정된 통영시 두미도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지난 5월 10일부터 이어가고 있다. 호텔이나 콘도 등 기존 숙박시설을 벗어나 주민들이 사는 마을에서 먹고 자면서 어울리는 워케이션도 관심이다. 평창군은 지난 10월 소규모 농촌인 어름치 마을에서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쉼을 즐기는 워케이션을 진행했다.

워케이션은 코로나19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 성장할 분야라는 견해가 많다. 한국관광공사의 ‘워케이션 실태조사 및 방한관광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2021년)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 인사 담당자 63.4%가 워케이션에 긍정적으로 응답했으며, 61.5%는 업무의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직무 만족도 증대 84.6%, 직원 삶의 질 개선 92.3%, 직원 복지 향상 98.0% 등 워케이션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인식도 높았다.

워케이션을 도입하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일하는 선택지가 늘어나지만 일과 사생활의 경계선이 모호해질 수 있다. ‘휴가까지 가서 일해야 하느냐’고 푸념도 나올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근태관리의 복잡성, 비용 등의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워케이션이 ‘뉴노멀’로 자리 잡으려면 기업 차원의 인식 개선이 앞서야 한다. 지자체·관광업계의 적합한 관광 프로그램 개설 등도 병행돼야 한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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