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보고… 미술관 가고… “중환자 마지막 소원 들어드려요”

소원재단 “천국 소망 주고파”
송길원 목사 한국서 첫 사역
환자들과 동행… 여생 마무리 도와

지난달 13일 앰뷸런스 소원재단의 도움을 받아 경기도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을 찾은 환자와 가족들이 노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소원재단 제공

중증 환자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앰뷸런스 소원재단’(대표 송길원 목사·이하 소원재단)이 호스피스 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9일 출범한 소원재단은 의료진의 도움이나 전용 차량이 없어 이동이 어려운 중증 환자들과 동행하며 그들의 여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중이다.

소원재단은 가정사역자이자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웰다잉’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가 한국에서 처음 시작한 사역이다. 중증 환자들의 소원을 이뤄주면서 그들이 두려움에서 벗어나 천국을 바라보게 돕는 게 목표다. 이미 외국에서는 유럽을 중심으로 13개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15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난 송 목사는 “중증 환자의 소원은 소박하다. 가족과 함께 바다 보기, 미술관 방문하기, 야경 구경하기 같은 것들”이라며 “하지만 휠체어를 타거나 병상에 누운 채로 이동해야 하고, 언제 응급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그 작은 소원조차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소원재단은 경기도 안양 샘병원(이사장 이대희)의 후원을 받아 환자들이 이동하기 편하도록 승합차를 개조했다. 자원봉사자로 소방대원과 의료진도 모집했다. 사역이 알려지자 전국 각지에서 소원을 들어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소원재단의 첫 손님은 췌장암 환자인 A씨. 지난달 13일 A씨는 가족과 함께 경기도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지는 해를 바라봤다. A씨 아내는 “남편은 휴가철마다 나와 딸은 좋은 곳에 보내주고 정작 본인은 일만 열심히 했던 가장이었다”면서 “소원재단의 도움으로 가족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남편도 참 좋아했다”고 전했다.

소원재단은 단풍을 보고 싶다는 환자를 위해 단풍이 지지 않은 곳을 찾아 돌아다녔고, 커피 향을 좋아하는 환자를 위해서는 지방의 분위기 있는 커피숍을 수소문하기도 했다. 송 목사는 “서울 남산공원 측의 협조를 얻어 환자의 가족들과 함께 단풍을 보는데 환자가 신음처럼 ‘좋다’를 연발하더라. 그 모습에 자원봉사들의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또 작은 일에 기뻐하는 이들을 보며 보람도 느꼈다”고 말했다.

소원재단은 죽음을 앞둔 이들이 삶을 마친 후 천국 본향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을 가지고 축복과 치유가 있는 마지막을 준비하길 바라고 있다. 송 목사는 “소원재단이 시도마다 생겨 더 많은 환자의 소원을 이뤄주고 싶다”고 밝혔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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