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가 쓰는 언어로 번역한 ‘신약과 시편’ 나왔다

대한성서공회 10년간 공들인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 출간

대한성서공회가 15일 내놓은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의 표지와 내용. 한 문장은 16어절에 50자를 넘지 않고, 개역개정 성경엔 아예 없던 문장 부호가 들어갔다. 강민석 선임기자

“예수 그리스도의 종 바울은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복음을 위하여 택정함을 입었으니”(롬 1:1, 개역개정)

“바울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이 부리시는 종입니다.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복음을 위해서 따로 구별된 사람입니다.”(롬 1:1, 새한글성경)

짧고 쉽고 친근하게 번역했다. 문장 부호가 삽입됐고, 디지털 환경에 맞추기 위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한 문장이 50자를 넘지 않았다. 지명은 초·중·고 교과서에 쓰인 외래어표기법으로, ‘오리쯤’ 대신 ‘2킬로미터쯤’의 최신 도량형으로, ‘~도다’ ‘~니라’ ‘~더라’의 고문체를 ‘~한다’의 현대 말투로 풀었다. 대한성서공회가 젊은 세대를 위해 10년간 준비해 선보인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의 특징이다.

대한성서공회는 15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언더우드홀에서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성서공회는 ‘젊은이의, 젊은이에 의한, 젊은이를 위한 성경’으로 새한글성경을 번역했다고 전했다. 개역개정판은 한국교회 전체 교단의 예배용 성경으로써의 지위에 변함이 없으며, 다만 젊은이들이 한자어와 옛 문체를 알아듣지 못하니, 이를 이해하는 대조성경으로써 새한글성경을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호재민 성서공회 총무는 “2011년 9월 성서공회 이사회의 결정으로 새한글성경 번역 작업을 시작해, 각 교단 40대 젊은 성서학자와 국어학자가 번역에 참여해 신약과 시편을 먼저 발간했다”면서 “구약이 포함된 새한글성경 완역본은 2023년 발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서공회의 번역 담당 이두희 부총무는 “개역개정 성경은 한국교회 부흥을 이끌며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지만, 다음세대는 어려운 한자어와 옛 문체에 낯설어하고 안 그래도 책 자체를 멀리하는 게 현실”이라며 “컴퓨터와 스마트폰 및 태블릿에서도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성경 번역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서공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 전문을 대가 없이 공개하고, 검색 기능을 제공하며 번역에 관한 성도들의 의견을 접수하고 있다.

디지털 버전 특화를 위해 앞서 성서공회가 발간했거나 발간할 ‘성서 속의 물건들’ ‘~동·식물들’ ‘~사람들’ 등의 콘텐츠를 사진 동영상 등으로 새한글성경에 연동할 계획이다. 인쇄본엔 담을 수 없던 다양한 시청각 자료가 디지털 판본 형태로 보급될 예정이다.

새한글성경엔 장애인 단체에서 끊임없이 항의를 받아온 표현도 바뀌었다. 마태복음 15장의 ‘맹인’은 ‘시각장애인’으로, 말 못 하는 사람은 ‘언어장애인’으로 번역했다. ‘애굽’은 ‘이집트’로, ‘마게도냐’는 ‘마케도니아’로, ‘수리아’는 ‘시리아’로 현대의 지명과 일치시켰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투도 상황에 따라 높임법을 적용했다. 마가복음 1장에서 예수님이 베드로 안드레에게 처음 건네는 말씀은 “나를 뒤따라오세요. 그대들을 사람 건져 올리는 어부가 되게 해 드리겠습니다”로 표현했고, 부활 이후엔 권위 있는 명령체로 문체가 바뀐다.

우리말 책임감수를 맡은 전 국립국어원장 민현식 서울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는 “기존에는 예수님의 권위를 강조하다 보니 친근한 예수님의 느낌을 살리지 못했다”면서 “예수님이 사회적 하층민과 천대받던 이들을 지극히 높이고자 했던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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