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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심장병 앓는 아이, 인공심장이 생명의 끈 이어준다

[이런 질병, 이런 치료]

소아에서 10만명 당 1명 꼴 발생… 심장 공여 적어 이식 쉽지 않아
이식 받을때까지 인공심장 치료… 심장에 부착된 장치가 펌프 역할

3개월 전 좌심실 보조장치 삽입 수술을 받은 13세 아이가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이 아이는 심장 이식을 받을 때까지 인공 심장의 도움을 받게 된다.

심장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 제 기능을 못하는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두 차례 심폐소생술과 한 차례 에크모(인공심폐기) 치료를 받은 생후 10개월 여아. 선천성 심장병 수술 후 매우 드문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게 된 8개월 남아.

난치성 심장병에 걸려 경각에 달린 두 아이의 생명을 지금까지 이어주고 있는 끈이 있다. 바로 ‘인공 심장’으로 불리는 심실 보조장치(VAD)다.

소아에서 10만명 당 1명 꼴로 발생하는 심근병증은 약물 치료로 심장 기능을 보존하거나 말기 심부전으로의 진행을 늦출 수 있으나 대부분 완치가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마지막에 심장 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린이는 적합한 심장을 찾기가 어려워 통상 대기 기간(6개월~1년)이 어른보다 훨씬 길다. 뇌사 심장 기증 자체가 희소한데다 체구가 작아 이식에서 공여자의 체구가 중요한 고려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기 중 사망률이 40%에 육박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심장 기능을 대체하는 방법으로 에크모가 있지만, 이는 단기간 보조 이후 합병증 발생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VAD는 장기간 유지가 가능해 이식 받기까지 사망률을 현저히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국내에서 이뤄진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심장 이식은 75건이다. 이 가운데 성인의 심장을 공여받기 어려운 체구로 VAD 치료가 필요한 나이대인 10세 이하가 34건을 차지한다. 2018년 말 VAD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이전에는 10세 미만 심장 이식이 매년 5건 안팎으로 이뤄졌는데, 이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VAD는 심장에 부착한 기계가 펌프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온몸으로 혈액을 뿜어내는 기능의 좌심실 보조만 필요한 경우 좌심실 보조장치를, 폐순환을 담당하는 우심실 보조까지 필요한 경우 우심실 보조장치까지 포함한 양심실 보조장치를 사용한다. 성인은 심장 안에 이식하고 몸 밖의 전원 장치를 연결하는 선만 피부를 통해 나오는데, 체구가 작은 소아청소년은 심장 내에 심을 공간이 없어 체외형 장치를 달아야 한다. 박영환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장은 20일 “체구가 비교적 큰 아이는 체내 장치 삽입도 가능하지만, 성인용으로 개발된 체내형 장치를 소아에 적용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병의 종류와 진행 상태, 환아의 체구에 따라 적절한 장치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VAD 삽입 후 이를 잘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다. 몸 안에 장치를 이식한 성인은 평소처럼 생활을 할 수 있는데 비해 몸 바깥에 장치를 달아야 하는 소아는 중환자실이나 일반병실에서 생활해야 하는 고충이 따른다. 체외형 장치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작동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보기 위해선 24시간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 펌프의 움직임과 혈전(피떡) 발생 유무를 경험 많은 의료진이 육안으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 병원 신유림 흉부외과 교수는 “VAD에서 가장 위험한 합병증은 펌프 안에 발생한 혈전이 전신으로 이동해 혈관을 막는 ‘색전증’이다. 항응고제를 써서 예방 노력을 함에도 혈전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빨리 발견하고 약물이나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외형 장치다 보니 감염 위험이 높아 적절한 피부 소독과 항생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VAD 이식 후 5년 생존율은 85% 정도로 성인, 소아의 차이는 크지 않다. 생존율을 높이려면 장치가 꼭 필요한 환자에게 늦지 않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브란스병원은 2017년 2세 환아를 대상으로 국내 첫 VAD 이식 성공 후 최근까지 17건을 시행했다. 국내 전체 이식(11월 기준 28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5월에는 심근병증을 앓던 남자 아이가 심장 이식을 받기까지 8개월 가량 VAD를 장착해 국내 최장 기록을 세웠다.

2018년에는 1세 환아에게 심장 이식 없이 5개월간 VAD로만 심장 기능을 완전 회복시켜 무사히 퇴원시키기도 했다. VAD 삽입 후 10% 미만의 환자에서는 심실 기능이 서서히 좋아져 6개월 내에 완전 회복하는 경우도 있다.

신 교수는 “현재 입원 중인 환아 중에도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서 점차 심장 기능이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서 “VAD가 심장을 이식받기까지 심장 기능을 보조하는 ‘가교’ 역할을 넘어 근본적으로 심장을 치료하는 장치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심장 기능이 약해 숨이 차서 걸을 수 없고 먹지 못하던 아이들이 VAD를 달고 난 후 잘 먹고 뛰며 웃으며 지낸다”며 “손도 써 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아이들이 인공 심장 치료와 최종 심장 이식을 무사히 받고 가족품으로 돌아가고 학교도 가는 것은 엄청난 발전”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수 개월간 VAD를 달고 병원에서 생활하는 것은 아이나 가족에게도 어려운 일인만큼, 머지 않아 소아에도 체내 이식이 가능한 소형 VAD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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