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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동 칼럼] 막장이라는 이름의 대선 열차


검증 명분 앞세워 관음증 자극
팩트와 허위를 섞은 정치 공세
코로나로 지친 영혼 더 짜증나

후보 검증 아닌 가족 검증으로
대선 후보 가족 뽑는 선거인지
이상한 나라의 희한한 선거

선택 잣대는 후보 능력과 품성
비난과 한탄으로 바꿀 수 없어
냉철한 투표가 세상을 바꾼다

선거가 축제라는 건 헛말이다. 오히려 저주의 난장이다. 설마 했지만 대선이 이렇게 추하게 흘러갈 줄이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과했다고 하나 ‘공작’ ‘각본’ 운운하며 삿대질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 코로나로 지친 영혼을 더 지치게 하는 대선이다. 선거대책위원회는 흥신소를 닮았다. 검증이라는 미명으로 후보자 부인의 치맛자락 들추고 관음증을 자극하더니 눈을 고쳤니, 입술을 고쳤니 한다. 여기에 후보 부인의 학력 허위기재 의혹을 후보의 자질과 연결한다. 반대쪽에선 아들의 도박 행위와 성매매 의혹을 집중 제기하고 공격한다. 비겁하다. 대통령 뽑는 선거인지, 후보 가족 뽑는 선거인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대선 후보가 아닌 후보의 ‘가족 리스크’가 대선판을 지배하는 기이한 현상을 봐야 하는 국민은 불편하고 불행하다. 한 표가 아쉬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어쩌랴.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건 당연하거니와 대통령 후보로서의 숙명이다. 대선 후보로선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경쟁 후보 가족의 흠결을 찾아내는 데 혈안인 이유다. 양 진영이 벌떼처럼 공격하는 모습은 낯 뜨겁고 역겹다. 사정이 이러니 정책 선거를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요, 사치다. 한 지인은 이를 두고 ‘시궁창에 모인 파리떼’ 같다고 했다. 그게 유권자의 수준이고, 그게 국민의 정서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고 치부하기엔 자괴감과 함께 나라 걱정이 앞선다

대통령 후보 검증에는 그 가족도 당연히 포함된다. 비록 성인 자녀의 일이고, 부인의 결혼 전 일이라지만 후보 가족의 언행은 공적 관심사다. 억울함이 없지는 않겠으나 피할 수 없다. 수신제가(修身齊家) 이후에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라고 하지 않았던가. 성실한 소명과 진솔한 사과, 합당한 처분이 있어야 하는데도 이·윤 후보의 처신은 이와 거리가 멀다. 실망스럽다. 불이 났을 때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건물이 모두 타버린 뒤에야 불이 꺼진다는 평범한 이치를 모르진 않을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후보 검증이 아니라 가족 검증으로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과거에도 가족 문제로 홍역을 치른 대통령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는 후보의 아들이 아닌 대통령의 아들, 형일 때였다. 즉 실체적 권력이 존재할 때 발생했다. 후보자 가족의 흠결을 놓고 사생결단 다툼을 벌이지는 않았다. 후보 가족의 도덕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자식의 영광은 부모의 영광이고, 자식의 허물은 부모의 허물일 수 있으니 후보 선택에 참고는 할 수 있겠다. 다만 의혹의 사실 여부나, 옳고 그름을 떠나 가족의 이런저런 문제가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수행에 결정적 하자인지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능력 있는 대통령에 그 가족까지 반듯하다면 금상첨화다. 한데 이 문제가 이렇게도 처절하게 다툴 만한 국정운영의 치명적 요소인가. 만사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그 정도가 지나치고, 본말이 전도된 지금의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이번 대선엔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유난히 많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부동층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한국갤럽의 최근 한 달간 조사를 보면 부동층은 되레 증가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난다. 공정과 상식, 정의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자기중심적 사고와 남의 눈 티는 보면서도 제 눈의 들보는 외면하는 내로남불 행태에 실망한 정치혐오의 결과다. 이도 저도 싫다는 것이다. 선택 잣대는 후보자 능력과 품성이지 후보자 가족의 그것이 아니다. 이상한 나라의 희한한 선거다.

대통령 후보에 대한 무한 검증은 불가피하다. 정책은 물론 말이든, 행동이든, 글이든 예외일 순 없다. 생각은 말이 되고, 글이 되고,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축적되면 철학이 되고 이는 국정운영과 맞닿아 있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모습은 상대방 흠집 잡기, 그것도 가족 사생활 캐기에 주력하고 이를 후보자 자격론으로 이어가니 한심할 뿐이다. 더욱이 사실(팩트)과 허위(가짜)를 교묘히 섞은 주장은 저열하다. 이는 허위마저 진실로 오인케 할 뿐 아니라 종국엔 판단을 흐리게 하고, 나라를 잘못된 길로 내몰 수 있다는 점에서 막걸리 선거보다 더 나쁘다. 분명한 건 비난과 한탄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투표가 답이다.

박현동 편집인 hd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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