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치·도치·장치… 못생겨도 맛은 좋아!

동해안 겨울 별미 삼총사

우리나라 최북단 항구인 강원도 고성군 대진항 전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요즘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는 도치 장치 곰치가 한창이다. 생김새가 추해 ‘못난이 삼형제’라 불리는 녀석들이 명태가 사라진 동해에서 겨울철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해장국 재료로 인기를 한몸에 받는 곰치와 달리 도치 장치는 내륙 출신 사람들에게 맛은커녕 이름조차 생소하다. 외지에 내다 팔 만큼 많이 잡히지 않을 뿐 아니라 예부터 어부들의 겨울 밥상에 단골로 오르던 생선이라 대부분 산지에서 소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해안 겨울 별미 삼총사를 만나려면 포구 여행이 필수다.

대진항은 우리나라 항구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다. 최북단 항구이자 동해의 출발점으로 불리는 대진항에는 대진등대가 있다. 1973년 처음 불을 밝힌 등대는 대진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바닷가 동산에 우뚝 솟아 있다.

대진항은 항구 자체의 규모는 별로 크지 않지만, 항구에 정박한 어선들이 제법 많고 사시사철 언제나 어항 특유의 활기가 넘친다. 거진항보다 규모가 작아도 도치 장치 곰치 거래량은 훨씬 많다. 경매가 끝난 도치 장치 곰치는 대부분 인근 식당으로 팔려간다.

세 못난이 중 모양이 가장 독특한 놈은 도치다. 막 잡은 도치는 몸을 빵빵하게 부풀려 공처럼 보인다. 올챙이를 뻥 튀겨 놓은 듯 생겼다. 물에 둥둥 떠서 헤엄치는 모습이 귀엽다. 장치는 뱀과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어부들조차 외면하던 생선이다. 그물에 걸리면 재수 없다고 버리던 곰치와 같은 신세였다. 그런 천덕꾸러기가 이제 없어서 못 팔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식당에서 주로 파는 음식은 곰칫국과 도치알탕이다. 곰칫국의 주재료는 이름 그대로 곰치다. 곰치는 우리나라 해안 전역에서 잡히는데 이름은 다르다. 동해에서는 곰치 또는 물곰, 남해에서는 물메기, 서해에서는 물텀벙이라 불린다.

곰칫국. 한국관광공사 제공

추위를 단번에 날려주는 곰칫국은 두말할 필요 없는 인기 메뉴. 속초나 삼척에서 고춧가루를 넣고 얼큰하게 끓이는 것과 달리 고성에서는 맑은 탕으로 먹는다. 나박나박 썬 무와 파, 마늘을 넣고 맑게 끓인 곰칫국은 숙취를 말끔히 해소해주는 일등 공신이다. 포악한 성격과 못난 외모와 달리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속살과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도치알탕. 한국관광공사 제공

도치알탕은 암컷의 알과 내장, 데친 도치 살과 신 김치를 넣어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아 생선을 꺼리는 사람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씹을 것도 없이 후룩후룩 넘어가는 데다, 부드럽게 씹히는 알의 식감이 재미있다. 대진항과 거진항에는 이른 아침 경매를 구경한 뒤 추위에 언 몸을 뜨끈한 국물로 달래줄 식당이 많다.

고성 사람들이 도치를 즐기는 방법은 알탕 외에 몇 가지가 더 있다. 숙회와 무침, 알찜이다. 수컷을 끓는 물에 데친 뒤 적당한 크기로 썰어 살짝 익히면 도치숙회가 완성된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쫀득하고 꼬들꼬들한 식감에 깜짝 놀란다. 숙회를 즐기다가 갖은 채소를 넣고 초고추장에 무치면 또 다른 음식이 된다.

무엇보다 인기가 좋은 것은 도치 두루치기이다. 냄비에 묵은지를 깐 뒤 손질한 도치와 알, 무, 대파, 갖은 양념을 넣고 물을 부어 국물이 자박해지도록 푹 끓이면 된다. 톡 터지는 고소한 알과 쫀득한 살코기는 감칠맛 그 자체다.

현지 식당은 도치 암컷과 수컷을 한 마리씩 사서 서너 명이 숙회 알탕 무침으로 다양하게 맛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인원이 많다면 도치알찜을 추가해도 좋다. 소금물에 여러 번 씻은 알을 사각으로 모양을 잡은 뒤, 한두 시간 물기를 빼서 찐다. 알은 크기에 비해 부드러움이 있다. 씹을 일 없이 마시듯 먹을 수 있다.

장치찜. 한국관광공사 제공

장치는 초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맛이 좋을 때다. 사나흘 말려 꾸덕꾸덕해지면 콩나물을 넣고 매콤하게 찌거나 무를 넣고 조린다. 이곳 사람들이 먹는 방법대로 말린 장치를 양념 없이 찐 것도 숨은 별미다. 이 메뉴가 없는 식당이 많으므로 준비가 가능한지 미리 문의하는 게 좋다.



고성=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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