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해돋이·무지개 도로·호수윗길… 희망찬 기운 얻는다

신상 명소 찾아 강원도 고성·속초 겨울 바다 여행

이른 아침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수뭇개바위 사이로 솟아오르는 해가 붉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추운 날씨에 겨울 바다가 그리워진다.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각오를 다지기 위해 동해를 찾는 이들이 많다. 푸른 바다 위로 떠 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로운 마음에 기운을 얻고 바다를 앞에 두고 먹는 푸짐한 해산물이 몸과 마음을 채워줄 것이다.

강원도 고성군과 속초시는 별개의 지방자치단체지만 함께 묶어 여행하는 게 좋다. 설산과 호수, 바다, 먹거리까지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새롭게 들어선 여행지는 물론 사진 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곳을 찾으면 금상첨화다.

고성을 대표하는 일출 명소는 죽왕면 공현진항 인근 옵바위다. 본래 명칭은 수뭇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현진 옵바위 이름은 당초 3개의 바위가 묶여 있다는 뜻의 삼속도(三束島)이며 한글 표현으로는 ‘셔뭇뒤’에서 ‘스뭇대’를 거쳐 수뭇개로 변형됐다는 것이다. 1910년 발간된 ‘조선지지자료’에 ‘三束島(언문 셔뭇뒤)’라는 표기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도로 표지판에 수뭇개바위로 표기돼 있다.

일출 포인트는 포구 북쪽의 백사장. 사시사철 해는 뜨지만 한겨울 옵바위 해돋이가 최고다. 공현진항 방파제와 붙어 길게 늘어선 옵바위의 소담스러운 공간 사이로 바위가 토해낸 듯 얼굴을 사뿐히 내밀며 붉은 자태를 뽐낸다. 순식간에 온 바다가 붉게 물든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바다와 검은색 바위가 실루엣으로 어우러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고성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해안도로를 달리는 드라이브다. 거진항에서 화진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짧지만 고성의 해안도로 중에서 가장 매혹적인 코스다. 거진항 포구를 지나 등대 쪽에서 시작하는 이 길은 바다에 바짝 붙어 달리다가 화진포에 이르는데, 파도가 넘실거리는 갯바위를 따라 달리면 그냥 좋다.

곧바로 커다란 바위섬이 나타난다. 백섬이다. 원래 백섬은 잔돌이 많아 ‘잔철’이라 불렸다. 바위가 많고 배가 닿기 어려워 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곳이었다. 인적이 드문 섬은 갈매기들의 휴식처가 됐고, 섬은 갈매기 배설물로 하얗게 변해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해금강 등을 볼 수 있는 백섬해상전망대.

해안 도로와 백섬을 해상 데크가 연결한다. 길이 130m, 폭 2.5m에 푸른 파도 모양을 디자인해 놓은 데크를 걸으면 해상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동쪽으로는 푸른 바다, 북쪽으로는 해금강과 금구도(金龜島), 남쪽으로는 거진항과 거진11리 해변이 시야에 잡힌다. 바로 앞 갯바위를 따라가며 만들어내는 해안도로의 유려한 곡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화 유리로 바닥을 만든 전망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바닷물이 바위 사이로 소용돌이치는 장면이 아찔한 스릴감을 준다. 바로 앞 도로 건너편 거진삼림욕장 안의 해맞이봉과 함께 동해 일출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명소다.

금구도 바로 앞은 초도항이다. 포구로 이름을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작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다른 큰 포구에선 만날 수 없는 호젓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초도항의 특산물은 성게다. 오염 없는 청정바다에 미역과 다시마 등 먹이가 풍부한 데다 초도항 어민들은 반드시 알이 꽉 찬 성게만을 골라잡아낸다. 방파제에 해녀상과 함께 성게 조형물이 있다. 그 끝에 서면 광개토대왕릉이 있다는 설이 제기된 금구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이곳도 일출 포인트로 손색이 없다.

알록달록 아야진해변을 찾은 여행객이 푸른 바다와 백사장 풍경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다.

공현진에서 남쪽으로 향하면 아야진해변이 있다. 최근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이다. 으르렁거리는 바다와 새하얀 백사장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 인기다. 특히 알록달록 무지개 색깔로 이뤄진 무지개 해안도로는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청간정은 보수공사 등으로 내년 2월 중순까지 통제 중이다.

지난달 개통한 속초시 영랑호수윗길. 중앙에 원형 광장이 있고, 우뚝한 건물 오른쪽으로 거대한 범바위가 보인다.

속초로 넘어가면 영랑호에 가야 한다. 바닷물이 들어와 만들어진 동해안의 특별한 호수다. 둘레 7.8㎞, 면적 1.2㎢에 이르는 이 호수 중앙을 가로지르는 영랑호수윗길이 지난달 정식 개통했다. 영랑호수윗길은 총 길이 400m, 폭 2.5m의 부교로 중앙에는 지름 30m의 원형광장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설악산이 절경이다. 바로 앞 울산바위 너머로 백두대간 공룡능선이 이어지고 그 왼쪽으로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 토왕성폭포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산책 코스는 영랑호수윗길을 중심으로 설악산 쪽으로 난 A코스(3.5㎞)와 동해 쪽 B코스(4.6㎞)로 나뉜다.

지난해 태풍 피해로 통행이 제한되던 속초 바다향기로 외옹치 구간이 복구공사를 마치고 지난 15일 재개방됐다.

외옹치 해안은 1970년 6월 무장공비 침투 사건 이후 군 경계 철책으로 완전히 가로막혔다. 숨겨진 비경은 2015년 철책 철거 이후 속초해수욕장~외옹치 해안~외옹치항 구간 1.74㎞를 연결하는 해안 산책로 ‘바다향기로’가 조성되면서 2018년 4월 공개됐다. 이후 지난해 9월 상륙한 태풍 하이선으로 외옹치 구간 394m에 설치된 난간 52개와 철재 기둥 기초 54개가 유실되면서 일부 구간의 통행이 제한돼 왔다.

여행메모
해맞이 행사 취소·명소 통제
도루묵·양미리·장칼국수 별미

수도권에서 자가용으로 간다면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해 양양을 거쳐 속초나들목에서 빠지면 편하다. 서울양양고속도로 동홍천나들목에서 44번 국도를 경유해 미시령터널을 지나 속초로 가거나 진부령을 넘어 고성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동해안 해맞이 행사는 줄줄이 취소됐고, 출입 통제되는 일출 명소도 많다. 고성에서 일출을 맞는 숙소는 금강산콘도, 옵바위모텔 등이 인기다. 속초에는 콘도미니엄이 즐비하다. 하지만 동해안 등 일부 지역의 숙박업소 객실 예약률은 만실에 가까워 숙소 구하기가 쉽지 않다.

겨울철 동해안 먹거리로 도루묵 양미리도 빼놓을 수 없다. 속초에 ‘영랑호 먹거리 마을’이라는 새로운 골목 상권이 있다. 속초에선 장칼국수를 꼭 맛봐야 한다. 강원도산 콩으로 만든 된장에 황태 머리, 멸치, 다시마, 냉이 뿌리 등을 넣어 푹 끓여 낸다.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그만이다.



고성·속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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