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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 코로나19와 위기관리의 기본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단계적 일상회복을 의미하는 ‘위드 코로나’는 시작한 지 한 달 반 만에 처참하게 무너졌다.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희망, “짧고 굵게 하겠다”는 방편, “후퇴는 없다”는 정부의 결기는 공언한 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없던 일이 됐다. 진한 장밋빛 미래는 허망과 허탈의 빈말로 돌아왔다. 작년 1월 20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오늘에 이르는 근 2년의 긴 코로나 여정에서 위기의 최고점에 있음이 분명하다.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해 있음은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중환자 병상 수만을 두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12월 2주차(10∼13일)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과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하인 45%만이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차 대유행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한때 81%였던 지지가 거의 반 토막이 된 셈이다. 극심한 공포는 숫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고리에서 솟아 나온다고 한다. 국민 생명을 다루는 정부 정책이 미덥지 않다는 판단이 그 고리다. 이것뿐이 아니다.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K방역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민생의 문제가 더는 참고 견디기 어려운 성난 민심으로 표출된다. 사회 균열의 틈새가 완급 조절을 못하고 빠르게 넓어지는 형국이다.

위기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위기관리 교과서 첫 장의 명제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이 기본일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나누어야 한다. 신뢰하며 나누어야 하고 감사하며 나누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하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원래 모습으로의 회복이라는 회복탄력성이 핵심 화두로 등장한다. 회복탄력성이란 충격으로 인한 피해를 빨리 극복해 원래 기능을 회복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생태학적 용어로 처음 사용됐지만 전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의 치명적 충격을 장기간 경험하면서 한 사회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가 된 것이다. 논리적 비약이 없는 해결책이 가장 정확한 해결책이라고 하지 않던가. 다시 기본을 복기한다.

기본의 첫째는 신뢰다. 의심의 굴레는 모든 것을 갈아엎는다. 신뢰가 무너졌을 때 그 어떤 방책도 무용지물인 것은 중언부언이 필요 없는 진리다. 신뢰하지 않고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그동안 방역과 관련해 정부, 특히 보건 당국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는 놀라울 정도로 높았다. 그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신뢰다.

정부는 이 대목을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한다. 우리 국민은 그간 정부의 방역 정책으로 인해 많은 불편함이 있어도 감내할 수 있고, 감내해야 하는 불편함으로 여겼다. 방역의 성공은 국민 신뢰의 함수다. 신뢰가 시작이자 끝인 셈이다. 국민의 신뢰는 정확한 정보의 투명한 공유, 진정성 있는 설득, 방역의 정치화 배제, 의료과학에 근거한 대안 제시에 달려 있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어느 하나라도 엇나가면 신뢰는 되돌릴 수 없다.

위기를 극복하는 두 번째 기본은 감사를 나누는 일이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사회의 기본 규범을 지키며 이 난국을 함께 건너는 모두에게 서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특히 코로나 상황에서 필수적인 일을 하는 분들에게 더 감사하는 마음을 나누면 좋겠다. 필수적인 일을 하는 만큼 코로나 감염 위험이 크게 뒤따르기 마련이다. 의사, 간호사, 요양사, 배달기사, 운전기사, 위생 관련 노동자 등 직업의 폭이 매우 넓다. 감사 나눔이 어느 특정 직업이나 부류에 국한될 필요는 없지만,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더 가까이 다다르면 좋을 듯싶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와서 거리를 두어야겠지만 이럴수록 사람들 사이는 더 가까워져야 한다. 물리적 공간적 거리는 두어야겠지만 마음의 거리, 관계의 거리는 더 가까워져야 한다. 신뢰와 감사 나눔이 마음의 거리, 관계의 거리를 좁혀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간절히 바랄 때 두 손을 꼭 모은다고 한다. 두 손을 모으는 데 불손이나 배타가 자리 붙이기는 어렵다. 겸손과 배려의 마음만이 있을 뿐이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매섭다. 두 손을 꼭 모은 간절함으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의 경구를 되뇌어 본다. 행복할 때 자만하지 말고, 불행할 때 좌절하지 말라는 깊은 뜻을 말이다.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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