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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의 영광을 베이징으로… “이번엔 결승 진출이 목표”

[니하오! 베이징 2022] <5> 파라 아이스하키팀

파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1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전술 훈련을 받던 중 잠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강릉=윤성호 기자

2018년 3월 17일 평창 동계패럴림픽 파라 아이스하키 한국과 이탈리아의 동메달 결정전이 열린 강릉하키센터. 1피리어드, 2피리어드에서 서로 득점을 하지 못한 두 팀은 3피리어드를 맞이했다. 한국 대표팀은 이탈리아 대표팀에 맹공을 펼쳤지만, 골문은 열리지 않았고 0의 균형은 3피리어드 막판까지 이어졌다.

경기 종료 3분여를 남긴 상황. 이종경의 패스가 정승환에게 향했고 정승환이 쳐낸 퍽은 장동신에게 흘렀다. 장동신은 방향을 바꿔놓는 절묘한 슛으로 이탈리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부저가 울릴 때까지 골을 지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대표팀의 파라 아이스하키 사상 첫 메달이었다.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경기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선수는 물론이고 관중들도 눈물을 훔쳤다. 파라 아이스하키 불모지로 불린 한국에서 ‘기적의 드라마’를 만들어낸 대표팀을 지난 21일 강릉하키센터에서 만났다.

11개월간 교체한 날만 2000개

한 선수가 전술 훈련을 하며 드리블을 시도하는 장면. 강릉=윤성호 기자

오전 11시 기자가 링크에 들어섰을 무렵 대표팀의 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수비수가 퍽을 전달하자 공격수 3명이 스틱을 휘저으며 질주를 시작했다. 반원을 그리며 서로 교차한 공격진은 삼각 대형을 유지한 채 수차례 패스 연결을 통해 골을 넣었다. 선수들은 골망을 흔들자마자 맞은 편 골대로 질주했다. 다른 수비수가 투입돼 중거리 슛을 시도했고, 돌아온 선수들은 수비에 몰두했다. 여러 가지 전술을 몸에 익히기 위해 반복 숙달하는 ‘전술 훈련’이었다.

공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고강도 훈련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집중력은 높았다. 패스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그냥 달려야지”라며 소통했고 퍽을 놓칠 것 같으면 서슴없이 몸을 날렸다.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동료들이 패스를 이어받아 골리를 제치고 골망을 흔들 때면 “나이스 골”을 외치며 환호했다.

전술 훈련이 종료되자 선수들은 링크 한쪽 구석에 모여 줄을 서기 시작했다. 2인 1조로 나란히 선 선수들은 코치의 ‘삐빅’ 소리에 링크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체력을 키우기 위한 ‘인터벌 트레이닝’이다. 링크 구석에서 맞은편 끝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7~8초였다.

오전에 아이스 연습을 소화한 선수들은 짧은 휴식 후 체육관으로 향했다. 일주일에 3차례 진행하는 체력 훈련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스틱을 오래, 빠르게 휘두르고 외국 선수와 만났을 때 몸싸움에 밀리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훈련이다.

선수들은 가볍게 몸을 푼 뒤 각자 자리를 잡고 턱걸이, 벤치 프레스 등 상체 운동에 집중했다. 통상 횟수만 정해주고 무게는 선수들이 선택하도록 하는데 110~130kg 되는 벤치를 3~5차례 드는 선수도 있다. 추운 날씨에도 난방이 들어오지 않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선수들은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슬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훈련이 끝나자 선수들은 다시 하키 센터로 이동했고, 링크에서 훈련을 다시 소화했다.

최영철 대표팀 장비 매니저는 선수들의 훈련량이 상당하다고 했다. 지난 1월부터 장비를 담당하고 있는데, 지난 11개월간 선수들의 스케이트 날을 교체한 것만 2000건 이상이라고 한다. 썰매의 범퍼 역할을 하는 노즈가 부러져 교체한 것도 선수당 4~5건은 된다. 실제 기자가 최 매니저를 만났을 때 부러진 노즈 두 개가 장비 매니저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쇠로 된 장비가 망가질 만큼 치열하게 훈련을 소화해 왔다는 얘기다.

“아직 부족하다. 목표는 베이징 메달”

고된 훈련을 마친 뒤 경기장을 나서는 대표팀 선수. 강릉=윤성호 기자

하지만 직접 만난 대표팀 선수들은 만족할 수준까지 기량이 올라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평창 패럴림픽 이후 팀 내 주장을 맡은 장종호는 “베이징 패럴림픽까지 2달밖에 남지 않았다”며 “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표팀의 베이징행은 순조롭지 못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로 나갈 수 없어 다른 나라 팀과 연습경기를 가질 기회가 없었다. 국내에 실업팀이 강원도청 한곳에 불과해 적수를 찾기 어려웠던 점도 영향을 줬다.

지난 6월 세계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슬로바키아와 가진 연습경기가 약이 됐다. 장종호는 “다소 약체로 평가받던 슬로바키아에 4대 1로 패배하고 나서 선수들의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슬로바키아와 연습경기에서 패했던 대표팀은 본 게임에서 조직력이 살아나면서 체코와 노르웨이를 꺾고 4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캐나다 전지훈련도 영향을 줬다. ‘하키 강국’ 캐나다 국가대표팀과 4차례 연습경기에선 모두 패배했다. 장종호는 “개인 능력이 좋은 캐나다 선수들과 경기를 펼치며 배운 점이 많았다”며 “수비 방식, 공격 방식 등을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최근 전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국가대표팀 주장으로 평창 패럴림픽 동메달을 이끌었던 한민수 선수가 감독으로 부임한 뒤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전술을 개발해 훈련하고 있다. ‘빙판계 메시’로 불리는 정승환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며 “전술적으로 맞춰야 하는 부분이 남아있다”고 했다.

경기력 분석 시스템도 도입했다. 상대 팀 선수 개개인이 어디서 슛하는 걸 선호하는지, 주로 어느 방향으로 드리블을 치는지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대표팀은 2회 연속 패럴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한 감독은 “당연히 목표는 메달”이라고 했다. 정승환은 “강팀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 경기 한 경기 결승전에 임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첫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더욱 열의를 불태웠다. 평창 패럴림픽 대회를 앞두고 부상으로 팀에 합류하지 못했던 류지현은 “패럴림픽 무대에 꼭 올라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왔다”며 “팀에서 부여받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강릉=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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