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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통신조회 관행, 이대로 괜찮은가

박병철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총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10명 이상의 기자를 상대로 ‘통신자료’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권한을 남용해 기자와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공수처는 정당한 수사일 뿐 사찰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물론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조회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언론인 또는 민간인 사찰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자들의 가족을 대상으로 조회한 게 드러나고 검찰 개혁과 관련해 현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형사소송법학회 소속 변호사들의 통신자료까지 조회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상태다. 사찰 논란을 일축하던 공수처는 지난 24일 유감을 표하면서도 “출범 이후 모든 수사 활동을 법령과 법원의 영장 등에 근거해 적법하게 진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에 따라 법원 허가를 받아 통화내역과 통화일시, 통화시간, 기지국 위치 등을 조회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와 달리, 통신자료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에 의해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도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통신사에 요청해 제공받고 있다. 수사 대상자의 통화내역을 토대로 개인정보만을 확인하는 통신자료는 법적으로 영장 없이 조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법한 수사 방식이라는 공수처의 주장이 타당할 수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 검찰과 경찰 등이 조회한 통신자료는 총 548만4917건에 달한다. 경찰은 346만5790건, 검찰은 184만1049건의 통신자료를 각각 조회했고 국가정보원과 관세청, 법무부 등도 상당한 규모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다른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회 건수가 적음에도 유독 공수처에 대해 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것은 공수처의 불성실한 해명을 주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공수처는 “피의자의 통화 상대방을 확인하기 위해 적법하게 이뤄진 절차일 뿐 사찰은 어불성설”이라며 적법성을 강조하면서 “개별 수사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은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통신자료 조회를 한 구체적 이유를 밝혀 달라는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서도 “수사 및 공소의 제기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해 비공개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은 언제든 수사기관으로부터 통신자료를 조회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데 수사기관은 합법이라는 미명 하에 통신자료 조회 사실도 통지하지 않고 있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수사기관이 조회 후 30일 이내에 조회 사실을 통지해야 하지만 통신자료는 조회 이후에도 통지할 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제는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조회에 대한 제도적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라면 수사를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공개하지 않을 타당한 이유에 해당한다. 그러나 자신의 정보를 수사기관이 조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자신의 정보를 조회한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는데 수사가 끝난 이후에도 조회한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이제는 국회가 나서야 한다.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조회하기에 앞서 법원 허가를 요하는 것으로 개정하거나 통신자료를 조회할 수 있는 수사 대상 범죄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일정 기간이 경과된 이후에는 수사 당사자에게 통신자료의 조회 사실 및 조회 이유에 대해 통지하는 개정안 마련이 시급하다. 최소한 수사 종료 이후 조회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라도 조속히 마련한다면 국민의 불안을 불식시키고, 사건 관련 당사자에 한해서만 통신자료를 조회하도록 유도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병철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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