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호암산·개운산… 범 내려온다

임인년 서울 일출 명소 4곳

서울에도 호랑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과 전설이 깃든 명소들이 있다. 서울관광재단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며 호랑이의 기운을 가득 받을 수 있는 ‘서울 해돋이’ 명소 4곳을 추천했다.

먼저 인왕산(338.2m)이다. 호랑이의 기운을 가진 거대한 바위산이다. 조선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할 때 인왕산을 우백호로 삼고 도성을 수호하는 진산으로 여겼다. 경복궁에서 봤을 때 화강암으로 이뤄진 바위산의 형태가 잘 드러난다. 한양도성길 따라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 등산 초보도 산을 오르기 좋다.

산자락을 따라 늘어선 크고 작은 바위 가운데 범바위가 있다. 일출 산행지로 인기다. 어둠 속에서 길을 나서야 하는 일출 산행은 어려워 보이지만, 범바위까지만 가도 멋진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서 출발하면 약 20분 만에 도착한다.

일출 시간이 되면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롯데월드타워 뒤쪽의 산 너머에서 해가 떠오른다. 눈앞에 보이는 N서울타워도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그 아래로 광화문과 을지로 일대의 고층 빌딩 또한 빛을 머금기 시작한다.

인왕산은 화강암으로 이뤄진 지형이 호랑이처럼 보인다고 해 예전부터 호랑이와 관련된 전설이 많다. 전설에 따르면 주민들이 인왕산에 사는 호랑이 때문에 해가 저물면 사람이 문밖을 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어떤 고을의 군수가 자진해서 호랑이를 잡겠다고 나섰다. 군수는 부적을 통해 늙은 승려의 형상을 하고 있던 호랑이를 불러 데려와 압록강 건너로 떠나라고 말했다. 군수가 승려에게 본 모습을 보이라 하자 집채만 한 호랑이로 변해 서울을 떠났다는 이야기다.

이런 전설을 바탕으로 황학정을 지나 인왕산으로 올라오는 길에 금색으로 된 호랑이 동상이 세워졌다. 하산 시에 호랑이 동상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인왕산에서 내려다보이는 경복궁에는 호랑이가 출몰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경복궁은 물론 창덕궁까지 호랑이가 나타났다. 태종실록에는 1405년 호랑이가 경복궁 근정전 뜰까지 들어왔고, 세조실록에는 1465년 창덕궁 후원에 호랑이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북악에 가서 호랑이를 잡아 돌아왔다는 기록이 있다. 선조실록에는 1607년 창덕궁 안에서 어미 호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한두 마리가 아니니 이를 꼭 잡으라는 명을 내렸다고 쓰여 있다. 정조 때는 성균관 뒷산에서 호환이 발생했고 고종 때는 북악산과 홍은동에서 호랑이를 잡았다. 조선 초기부터 후기까지 끊임없이 서울에 호랑이가 등장한 셈이다.

호랑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경복궁을 방문한다면 색다른 시선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가장 먼저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에 가서 호랑이상을 찾아보자. 근정전은 2층 구조로 이뤄진 월대를 사방으로 두르고 있는데, 돌난간에 사신상, 십이지신상, 쌍사자상 장식을 조각해 넣었다. 호랑이상은 근정전 월대 1층의 정면 계단 양쪽에 놓여 있다. 무서운 호랑이의 모습이 아닌 귀엽게 앉아있는 호랑이다.

근정전을 지나면 경복궁 북측에 있는 향원정으로 가보자. 3년에 걸친 복원 공사를 마치고 11월에 공개됐다.

한양 남쪽에는 호암산이 있다. 관악산 서쪽 끝에 있는 해발 393m의 산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금천 동쪽에 있는 산의 우뚝한 형세가 범이 움직이는 것 같고 산에 험하고 위태한 바위가 있어 호암(虎巖)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호암산 정상에 국기봉이 있다. 돌무더기들이 널려 있고 가장 높은 바위에 세워진 국기봉에서 태극기가 펄럭인다. 관악산 능선에서 해가 떠오르기에 일출 예정 시간보다 10여분 정도 지나야 해돋이를 볼 수 있다. 해발고도가 낮아 일출이 화려한 편은 아니지만 관악산 너머로 떠오르는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개운산은 안암동 종암동 돈암동을 잇는 산으로 성북구의 중심부에 있다. 해발은 134m에 불과하지만, 소나무가 우거져 한낮에도 빛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 호랑이가 사는 산이라 불렸다. 개운산 자락 아래 고려대학교는 호랑이를 상징 동물로 삼고 있다.

개운산 입구부터 마로니에 마당까지 1㎞ 구간은 장애인의 편의와 안전을 배려해 무장애 길로 조성됐다. 성북구의회를 지나 산책로 안으로 들어서면 ‘산마루 북카페’가 나온다. 산림욕을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숲속 도서관 형태의 야외 공간이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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