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집사의 눈물… 청지기인가, 잡일꾼인가 교회내 비정규직의 세계


관리집사는 교회에서 월급을 받고 관리업무를 하는 사람을 말한다. 집사 직분은 구약시대 제사장의 성전제사를 돕고, 성전을 관리하던 레위지파 사역에서 비롯됐다(민 18:1~7, 대상 23:2~4, 대하 29:12~36, 35:5). 신약에선 초대교회의 큰 부흥을 경험한 뒤 사도들이 말씀 연구와 기도에 전념하기 위해 일꾼으로 집사 7명을 선발했다. 과거엔 ‘교회지기’ ‘창고지기’ ‘종지기’ ‘사찰 집사’로 호칭했다. 일부 교회에선 ‘교회관리 봉사자’라고도 부른다.

관리집사는 청소부터 전기·수도·음향시설 관리, 차량운행, 주차안내까지 교회 일을 도맡아 한다. 교회가 커지면서 관리집사 일도 전문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근무 여건은 열악하다. 교회 사택에서 생활하고 예배당 시설을 관리하는 관리집사는 소위 ‘소외 계층’이다.

인천 C교회 관리집사 백길영(가명·58)씨는 7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새벽예배, 철야 예배 등을 준비하다 보면 1주일 내내 일할 때도 많다. 열심히 일해도 별로 표시가 나지 않고 목회자는 물론 교인의 눈치를 보는 생활이 계속되며 우울증약을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관리집사는 늘 일찍 일어나 새벽기도회를 준비하고 밤늦게 잠자리에 든다. 그런데도 교인들은 불평과 불만이 많다. ‘인사를 잘 안 한다’ ‘나이가 들어 동작이 느리다’ ‘교회가 깨끗하지 않다’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관리집사 모임인 ‘청지기회’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인천 강화군의 한 장애인시설에서 전기공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청지기회 제공

관리집사는 비정규직이나 용역직으로 많이 바뀌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년이 보장된 교회도 퇴직연령이 빠른 경우가 많다. 또 퇴직금이나 시간외수당 등을 받지 못할 때도 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남 마산 M교회에서 30년간 차량 기사와 관리집사로 일하다 최근 해고당한 최성원(가명 59)씨는 “장애인 집사 폭행과 회계처리 부적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일방적으로 해고 통지를 받았다. 4대 보험도 안 들어줄 때도 있었다. 24시간 교회에 붙어 있었는데…”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최씨는 “동고동락했던 성도들도 조만간 있을 직분 투표에 영향이 갈까 봐 외면하고 있다. 고심 끝에 소송을 청구했다”고 털어놨다. 최씨의 딸은 “저희 아버지가 잘못한 게 뭔지 잘 모르겠다. 잘못했다면 성경대로 당회에서 아버지를 불러 권면하고 그래도 안 되면 교회 재판을 통해 치리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관리집사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교인들의 눈에 관리집사는 놀고먹는 사람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상처받는 말을 듣는 날이면 두세 배 더 힘들다.

관리집사 한 사람의 인건비로 부부 두 사람, 심지어 자녀들까지 봉사하기도 한다. 관리집사를 ‘현대판 머슴’으로 착각하거나 담임목사의 비서 또는 심부름꾼 역할을 하게 하는 교회나 목회자가 적지 않다. 아버지가 관리집사인 이모(18)양은 “관리집사는 아버지인데 왜 엄마와 자식까지 교회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버지 월급을 더 많이 주면 모를까 이건 정말 아닌 건 같다”고 꼬집었다.

관리집사들은 교회 살림을 도맡아 챙기다 보니 능력이 많다. 운전면허는 기본이고 보일러나 전기관리 자격증도 대부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 대우를 그만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35년째 관리집사로 일하는 이성우(가명·60)씨는 “맥가이버처럼 뭐든 척척 해내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월급명세서에 자격증 수당이 없다. 일반 회사만큼만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집사 P씨는 “하나님 앞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인데, 갑질하는 목사와 장로들이 적지 않다. 당장 직장을 때려치울 수도 없고 그냥 꾹 참는다”고 토로했다.

충남 보령 외연도 교회 옥상 방수공사를 하고(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띠 제거 작업을 하는 관리집사들. 청지기회 제공

서울의 S교회에서는 관리집사들이 일부 행정직원들과 함께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하지만 교회 측이 노조설립을 금지한 교단 총회 법을 근거로 노조설립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교회 측은 노조가 등록을 마치고 활동에 들어가자 노조설립을 주동한 직원 중 일부를 해고하거나 정직시켰다. 노조가 요구한 임금 단체협상도 거부했다. 해고된 직원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라며 구제신청을 냈고 승소했다.

물론 관리집사를 배려하는 교회도 적지 않다. 서울 J교회는 25년간 봉직해온 관리집사가 혈액암으로 소천하자 교회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강채은 목사는 “목사나 장로가 아닌 관리집사의 장례를 교회장으로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며 “관리집사의 헌신과 충직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교계에 귀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N교회 담임목사는 관리집사를 교인들에게 소개할 때 “형님, 인사하시지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후 이 교회 성도들은 이 관리집사를 한동안 형님으로 부르며 우대했다. 대전 D교회는 퇴직하는 K관리집사에게 푸짐한 선물을 안겼다. 퇴직선물로 순금 행운의 열쇠와 여행상품권을 제공한 것이다. 특히 퇴직 후 지낼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도록 미리 퇴직금을 정산해줘 눈길을 끌었다. 이에 K집사는 “35년 전 이 자리에서 꽃다발을 받으며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드렸는데 오늘은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다. 배려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는 직원이 아니라 교회를 잘 섬기는 집사로 출석하겠다”고 말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일부 교회에서는 관리집사로 봉사하다 항존직 또는 시무장로로 인정받는 예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관리집사는 안수집사나 장로를 할 수 없다고 제한하는 교회도 있다. 관리집사 C씨는 “안수집사 투표에서 거의 몰표를 얻었는데 대뜸 사직하라고 하더라. 우리 교회는 관리집사가 장로나 권사가 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관리집사 N씨는 “교회 안에서 목사와 장로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그 불똥은 관리집사에게 튀곤 한다. 재정을 아껴야 할 때도 만만한 게 관리집사다. 자녀 학비를 지원해주기로 했던 약속이 안 지켜져 없는 형편에 더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일부 교회와 교단은 교회법에 따라 관리집사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법원은 “교회의 유급종사자 등을 근로자가 아니라고 규정한 총회 헌법 시행규정은 소속 교회 및 구성원을 규율하는 내부규정일 뿐, 근로계약 관계를 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교회 전문가들은 관리집사가 한국교회 성장의 주춧돌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복리후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기도포럼 사무총장 이재흥 목사는 “관리집사는 교회의 얼굴”이라고 강조했다. 교회를 찾았을 때 먼저 만나는 사람이 관리집사이고 그가 환하게 미소짓고 있으면 좋은 교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하나님은 낮은 자리에서 섬김을 다하는 관리집사들의 수고를 알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예드림교회 박기성 목사는 “관리집사도 교회 안에서 똑같은 인격체이고 신앙인이며 인간적인 대우를 당연히 받아야 한다. 절대 소외라는 말이 나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사명감으로 묵묵히 수고하는 관리집사들은 한국교회 성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한국교회의 진정한 청지기인 셈”이라고 했다.

이효상 한국교회건강연구원장은 “교인들이 평소 관리집사에게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따뜻한 마음과 눈길을 보냈으면 한다. 그럴 때 관리집사들이 위로받아 힘이 되고 더욱더 열심히 교회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집사들은 동호회 성격의 모임을 하기도 한다. 출범 33년째인 교회 관리집사들의 모임 ‘청지기회’ 회원들은 회비와 헌금을 모아 매달 미자립 농어촌교회를 후원하고 직접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관리집사는 3D 업종에 해당하지만 언제나 낮은 곳에서 보이지 않게 묵묵히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교회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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