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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 스팸문자에 답장… 젊은 은수씨의 죽음

숨진 지 6개월 만에 발견된 스무 살
지자체 노인들에는 돌봄 시스템
청년들은 제도 밖의 사각지대에

서울시복지재단에 따르면 청년들이 고독사하는 이유 대부분은 ‘알 수 없음’으로 기록된다. 유품을 통해 사회·제도적 원인을 찾는 ‘사회적 부검’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아, 또 청년 고독사네요.” 유품정리업체 스위퍼스를 운영하는 길해용 대표에게 지난 3일 청년 고독사 실태를 문의하는 도중 20대 청년의 죽음 소식이 들려왔다. 고인은 지방의 한 대학가 원룸촌에서 사망했다. 그가 언제 숨을 거뒀는지, 왜 홀로 죽음을 맞이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이 고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현장을 수습하는 데 하루가 걸렸고, 이제 길 대표가 유품을 정리할 차례였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쉰 뒤 작업 장비를 차량에 실으며 떠날 채비를 했다.

청년 고독사 발견 더 늦어

갓 스무살이 된 임성훈(가명)씨는 낙후된 동네의 허름한 건물 반지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낮에도 햇볕이 안 드는 낡은 방이었다. 그가 발견된 장소는 화장실. 집 안에서도 가장 어둡고 비좁은 공간이었다.

시신 발견 당시 퀴퀴하고 눅눅한 냄새가 났다고 한다. 시신이 부패기를 지나 이미 건조기에 접어들었다는 의미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그는 6개월 전 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반년 동안 죽음을 눈치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임씨는 보육원에서 퇴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보호종료아동이었다. 길 대표는 “청년 고독사는 무방비 상태”라며 “노인 사망은 지방자치단체 돌봄 시스템을 통해 비교적 일찍 발견돼 시신 훼손이 적지만 청년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독사한 청년들의 죽음은 주로 ‘받을 게 있어서 온 사람’들에 의해 문 밖으로 알려진다. 임씨 죽음도 월세와 공과금을 받으러 온 집주인이 처음 발견했다. 유품정리업체 바이오해저드 김새별 대표는 “고독사 현장에 가면 생전에 발신된 위험 신호가 많다”고 했다. 쌓여 있는 우편물, 빽빽하게 붙어 있는 공과금 독촉장, 수도·가스사용량 ‘0’ 고지서 등. 노인은 이를 토대로 지자체에서 ‘생활 반응’을 검사하는 돌봄 시스템을 가동한다. 하지만 청년은 ‘젊다’는 이유로 제도 밖에 놓여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홀로 숨진 30대 여성 권연주(가명)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주택에 살고 있었다. 만약 그가 노인이었다면 주기적으로 그를 찾는 이가 있었을 것이다. 부산에 거주하던 30대 여성 최은수(가명)씨 역시 아팠고 가난했지만 사회의 무관심 속에 홀로 세상을 떠났다. 오래 지병을 앓았지만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일하지 못하니 돈이 없었고, 병원에 갈 수 없어 쓸쓸히 방에서 삶을 마감했다.

사망 17일 만에 발견된 최씨는 사망 직전까지 고립무원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그의 휴대전화에서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발견했다. 최씨는 고독사 직전 휴대전화로 날아든 스팸 메시지에 답장을 보냈다. 답장은 아무 내용도 없는 빈칸이었다.

청년死, 사회적 부검해야

서울 관악구 5평짜리 한 원룸은 평소 사람이 사는지조차 알 수 없는 조용한 방이었다. 성인 남성 한 명이 가까스로 누울 수 있는 작은 침대와 냉장고, 간이 테이블이 살림살이 전부다. 현관문에는 공과금 미납을 알리는 독촉장이 여러 장 붙어 있었다. 가스와 전기는 끊긴 지 오래였고 책상에는 긴급재난지원금 카드가 놓여 있었다.

30대 정승현(가명)씨는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독립했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일용직이었지만 꾸준히 일해온 흔적이 남아 있었다. 사망하기 한 달 전까지도 “일하러 나오라”는 동료들의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당장 먹고 살 돈이 없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집엔 요리를 해 먹었거나 누군가 드나든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웃들은 그에 대해 “한동안 씻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정씨 죽음의 이유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이 죽음을 택하는 이유를 분석해보면 ‘알 수 없음’으로 기록되는 경우가 많다”며 “경제, 복지, 취업 등 전반적인 문제를 유품과 주변인을 통해 ‘사회적 부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부검은 죽음의 이유를 사회·제도적 요인에서 찾는 과정이다. 그는 “신체·심리 부검은 비교적 잘 알려졌지만 사회적 부검에 대한 인식은 미비하다”며 “한 개인이 죽음에 이르게 되기까지 사회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분석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독한 삶 들여다봐야

전문가들은 ‘청년 고독생’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은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는 시기라 고립이 장기화할수록 자신의 존재를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원하지 않은 독립’에 대한 세밀한 분석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정폭력, 가족 사망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홀로 남은 이들에 대한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서울시복지재단 관계자는 “1인 가구의 실태를 가장 먼저 인지하는 곳은 주민센터”라며 “연령층을 구분하지 않고 입주 단계부터 1인 가구 지원 시스템에 대한 안내와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청년층 1인 가구 지원센터는 접근성이 낮아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실질적인 보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관련 통계 및 전수조사도 과제다. 현재는 경찰 기록을 통해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통계로 증가 추세를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무연고 사망자는 시신 인수를 거부한 사망자를 뜻해 고독사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40대 미만 무연고 사망자는 102명이었다. 2017년 63명에서 62% 늘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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