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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 대신 다독이는 김호철 “IBK, 2022년엔 새로 태어나야죠”

작년 내홍 겪은 IBK 지휘봉 잡아
선수들 경기력 눈에 띄게 좋아져
“목표는 우승… 3시즌 안에 해야죠”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이 지난 4일 경기도 용인 알토스배구단 클럽하우스 코트에서 ‘IBK’가 쓰인 배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탈리아에 있던 김 감독은 지난달 8일 IBK기업은행의 새 감독으로 선임돼 18일 흥국생명전부터 팀을 이끌고 있다. 김지훈 기자

지난달 31일, 조송화 무단이탈 논란 등으로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여자배구 IBK기업은행의 2021년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이날 IBK기업은행은 10연승 중인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1세트 11-2로 앞서며 ‘유종의 미’를 기대했다. 하지만 연습했던 패턴이 갑자기 흐트러지고 리시브까지 흔들리면서 거짓말처럼 역전당했다. 이후 내리 세트를 내주며 0대 3으로 졌다.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있는 라커룸을 찾았다. 9점차 리드가 뒤집히는 건 프로리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다. ‘버럭 호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10초간 함성을 주문했다. “올해 힘들고 가슴에 멍들었던 거 다 날려버리자. 2022년에는 새롭게 태어나자” 둥글게 선 선수들은 각자 벽을 바라보며 “아~!” 길게 소리를 지른 뒤 박수를 치고 서로 끌어안았다. IBK기업은행 한 선수는 “소리 지르고 포옹하니 선수들도 울컥했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경기도 용인 IBK기업은행 알토스배구단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 감독은 “자기들은 속으로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소리 지르던 순간만큼은 진심 아니었을까요”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주전 세터 조송화와 김사니 전 코치가 서남원 전 감독과 갈등 후 팀을 이탈하는 등 지난한 내홍을 겪었다. 구단은 팀을 재정비할 적임자로 김 감독을 선임했다. 그는 과거 내홍을 겪던 현대캐피탈과 러시앤캐시(우리카드 전신)를 맡아 특유의 카리스마로 성과를 냈다. 패배의식에 젖은 선수들에게 충격을 주려고 체육관 연못에 뛰어든 일화도 유명하다.

김 감독은 “내홍이 아니었으면 저를 안 불렀겠죠”라며 웃었다. 젊은 감독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터라 지도자 복귀는 생각지 못했다. 새해에는 한국 유소년 배구를 위해 배구아카데미를 만들 요량으로 고민하던 차에 제안이 왔다. “황당했죠. 더구나 한 번도 안 해본 여자팀이라니” 하지만 가족과 주변의 격려, 원로로서의 책임감으로 받아들였다.

첫 만남에서 선수들은 상처가 깊어 보였다. “처음엔 불쌍할 정도로 눈치를 보는 게 느껴졌어요. ‘못하면 감독이 오해하지 않을까’ ‘선입견이 있진 않을까’ 같은 거요”

김 감독은 그 자리에서 “절대 선입견으로 대하지 않겠다. 오늘 이 시간부터 내가 직접 경험한 것만 믿는다. 지나간 일을 안 들춘다”고 말했다. 김 감독 부임 후 팀은 아직 승리가 없지만, 경기력은 눈에 띄게 향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좋아진 점은 눈치 보는 게 해소됐단 거예요. 실력은 원래 있는 거고 그걸 꾸준히 연습해야 하는데 (내홍으로) 훈련이 제대로 됐겠어요? 문제를 깨닫고 열심히 해서 좋아진 거지 제가 와서 갑자기 잘하는 건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여자팀은 처음이라 쉽지는 않다. 그는 “남자팀에선 제가 먼저 방에 찾아가서 편히 얘기했는데 여자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힘들죠”라며 “대신 선수들을 더 믿고 함께 하려 해요”라고 말했다.

‘버럭 호철’이 언제 나올지도 사람들의 관심사다. 김 감독은 “사실 어제(3일) 처음 화를 내긴 했다”며 웃었다. 그는 “못한다고 화내진 않아요. 시키는 건 잘하니까. 스스로 생각하고 운영할 능력을 키워야 배구도 재밌어지는데 옛날 방식과 틀에 묶여 있어서 답답함을 표현한 거죠”라고 말했다.

감독직 수락의 이유로 ‘책임감’을 언급했지만 한편에는 배구인의 욕심도 있다. 선수로서 ‘컴퓨터 세터’로 불리며 국내외 리그에서 우승을 경험했고, 감독으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리그 우승을 일군 김 감독은 “남자팀 우승해봤으니 여자팀에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은 항상 있었죠”라고 말했다. 계약 기간이 2023-2024시즌까지인 것도 이 때문이다. 구단은 처음 두 시즌을 제안했지만 김 감독이 우승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해 구단이 받아들였다.

이번 시즌 목표는 체질 개선이다. 김 감독은 “당장 첫 승이 중요하진 않아요. 우리만 할 수 있는 배구를 습득해 5~6라운드 때 변화를 만들고 다음 시즌으로 이어가야죠”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과 합심하면 할 수 있다고 봐요. IBK가 결코 쉬운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죠”라고 덧붙였다.

용인=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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