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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실손보험 있으세요?

허연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국민 75%가 가입한 실손의료보험 판매 22년이 지났다. 실손보험은 2009년 말 보험약관이 표준화된(2세대 실손보험) 이래 보험사의 누적 손실을 줄이고자 2번의 개편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4세대 보험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담보 내용이 자주 바뀌고, 보험료 인상도 지속적으로 이뤄져 논란이 많다. 표면적 이유는 130%에 달하는 손해율과 이에 따른 적자가 매년 2조원을 넘는 데 기인한다. 근본적으로는 상품 자체의 결함과 일부 소비자의 무분별한 의료쇼핑, 병의원들의 과잉진료가 자리 잡고 있다.

상품 자체의 특성과 결함을 보면 첫째, 실손보험에서 담보를 해주는 질병과 상해 중 상해는 사고확률을 계산할 수 있어 보험손실 요건에 비교적 잘 들어맞는다. 반면 질병의 경우 보험손실 요건에 잘 맞지 않는 데다 질병 발생에 따른 손실 예측이 어렵고 손해 규모가 확정적이지 않아 보험 담보가 어렵다.

둘째, 질병의 경우 건강에 자신이 없어 병원에 더 자주 갈 것으로 예측되는 표준하체(substandard) 고객들이 더 큰 보장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런 고객들은 손실 발생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보험사기로 인해 보험사 손실이 커지게 되는데 이에 대한 통제 장치가 없거나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보편적 소비자들은 도덕적 소비를 하고 있으면서도 과잉청구 또는 보험사기를 어느 정도까지 용인하는 성향이 있다. 보험사기 폐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강조되는 것은 이런 경향성 때문이다.

보험이라는 사회적 안전 장치가 작동하기 위해선 보험 손실이 불특정 구성원들 사이에 골고루 분산돼야 하는데 실손보험의 경우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을 방지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이로 인해 소수에게만 의료 이용이 편중돼 있다. 보험연구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입원담보 가입자 전체의 95%가 무청구자이거나 소액보험금 수령자다. 이에 반해 보험금 청구자 상위 1%가 연평균 2000만원을 받았으며, 상위 10%는 연평균 600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전체 보험금 기준으로 48.5%에 해당한다. 통원담보의 경우도 가입자의 80% 이상이 무청구자이거나 연평균 10만원 미만의 소액청구자이며, 상위 10%가 48.5%를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수령자 및 수령액의 편중성이 강하고, 이는 실손보험 자체에 대한 불신을 높이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셋째, 보험사의 건전한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료율 체계는 안정적이고 신축적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또한 요율 체계가 손실 통제를 장려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손실을 스스로 통제하는 경우 손해율 감소로 나타나므로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반대의 경우 보험료를 대폭 올릴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런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 물론 4세대 실손보험은 이런 부분을 어느 정도 보완하고 있다.

보험의 경우 손실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작은 손실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담보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실손보험이 정상적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계약자들이 부담 없이 지불할 수 있는 소액보장 부분을 과감히 없애고, 의료쇼핑 통제 차원에서 진료 비용에 대해 공동보험 제도나 일정 비율의 자기부담금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비급여 항목에 대한 표준화 작업 및 관리가 선결돼야 할 것이다.

실손보험 적자는 선량한 보험계약자들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보험사들이 상품 판매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보험 상품을 제대로 만들고 도덕적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비양심적 소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그다음 과제다. 선량한 보험계약자들과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해 볼 때 좋은 상품과 더불어 소비자 윤리나 교육이 아쉬운 때이다.

허연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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