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이미 90년 전 ‘비정규직 차별금지’ ‘평등사회’ 외쳐

NCCK 올해 심포지엄 열고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가 선포한
12개항으로 된 ‘사회 신조’ 조명키로


1932년, 독립운동가들은 국내외에서 일제와 맞서 싸웠다. 한인애국단원 이봉창과 윤봉길 의사가 각각 일본 도쿄에서 쇼와 일왕에게 폭탄을 투척했고 중국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도 도시락 폭탄을 던진 의거가 이 해 모두 일어났다. 당시엔 사회주의 운동도 만연했다. 1920년대 말부터 농촌계몽 운동에 나선 교회들은 충격에 빠졌다. 사회주의에 심취한 청년들이 교회를 떠났기 때문이다.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가 사회를 향한 교회의 관심을 담은 ‘사회 신조’(사진)를 발표한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았다.

12개항으로 된 신조는 평등한 사회와 불합리한 제도 개선, 사회 병폐의 일소, 비정규직 차별금지, 여성 지위 향상 등 개혁을 위한 폭넓은 관심사를 녹여냈다. 지금 봐도 개혁적인 면이 있는 신조에는 기독교가 지향하는 사회상이 들어 있다.

사회 신조 서문에는 신앙고백과 사회주의를 향한 경계의 메시지를 썼다. “우리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인류를 형제로 믿으며 그리스도를 통하여 계시된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와 평화가 사회의 기초적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일절의 유물교육, 유물사상, 계급적 투쟁, 혁명수단에 의한 사회개조와 반동적 강압에 반대하고, 더 나아가 기독교 전도와 교육 및 사회사업을 확장하여 그리스도 속죄의 은사를 받고 갱생된 인격자로 사회의 중견이 되어 사회조직 중에 기독교 정신이 활약케 하고 모든 재산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수탁물로 알아 하나님과 사람을 위하여 공헌할 것으로 믿는 이들이다.”

12개항의 신조는 ‘인류의 권리와 기회 평균’ ‘인류 및 민족의 무차별 대우’ ‘혼인의 신성함과 정조에 남녀동등 책임’ ‘아동의 인격존중과 소년노동의 금지’ ‘여자의 교육 및 지위 개선’ ‘공창 폐지 및 금주 촉진’ ‘노동자 교육 및 노동시간 축소’ ‘생산 및 소비에 관한 협동조합의 장려’ ‘용인, 피용인 간에 협동조합 기관의 설치’ ‘소득세 및 상속세의 고율적 누진법 제정’ ‘최저임금법 소작법 사회보험법 제정’ ‘일요일 공휴법의 제정 및 보건에 관한 입법과 시설’ 등이다.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에 뿌리를 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사회 신조 선포 90주년을 맞은 올해 심포지엄을 열고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기로 했다.

홍승표 NCCK 기독교사회운동사 정리보존 사업 연구원은 1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사회 신조에는 사회주의자들의 반기독교 운동에 대한 반발의 분위기가 담겼다”면서 “사회주의에 대한 교회의 순기능적 경쟁 구도의 산물이 사회 신조였고 사회주의에 경도된 청년들에게 기독교가 지향하는 사회상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1930년대 말부터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이 시작되며 사회 신조가 지향하는 사회상을 만들려는 교회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갔다”며 “당시 사회 신조 발표 이후 교회가 어떤 응답을 했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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