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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불리하고 교차지원서 밀리고… 설자리 잃은 문과생

문·이과 통합수능 첫 해, 무슨일이
260점대 이과생 60% 교차 희망
문과 상위권 상당수 진학 힘들 듯

최현규 기자

정시모집이 진행 중인 2022학년도 대학입시의 특징은 ‘문과생 불리’ ‘교차지원 확대’ ‘불확실성 가중’ 등으로 추려진다. 이번 대입 제도를 설계하는 단계부터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뚜껑이 열리기까지 교육부가 일관되게 주장한 “문·이과 유불리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말은 허언인 것으로 확인되는 중이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 첫해, 입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짚어봤다.

문과 수험생들의 눈물

이번 대입에서 문과생이 얼마나 불리했는지는 여학생들의 수학 성적에서 엿볼 수 있다. 2021학년도까지 수학은 주로 이과생은 가형, 문과생은 나형을 치렀다. 문·이과가 다른 리그에서 우열을 가렸던 것이다. 이과는 남학생, 문과는 여학생 비중이 높다. 올해 가·나형을 통합해 등급을 산출하자 문과생이 많은 여학생이 1등급에서 대거 밀려났다. 올해 수학 1등급 비율은 남학생이 75.3%, 여학생 24.7%로 나타났다. 지난해 남학생이 61.1%, 여학생 38.9%였으므로 14.2% 포인트가 여학생에서 남학생으로 이동한 것이다(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수학 실력이 떨어지는지 여부는 데이터로 해석하긴 어렵다. 교육부가 문·이과의 상세 성적을 비공개하고 있어 공식 통계 중 문·이과의 유불리를 추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데이터여서 언급했다).

교차지원 확대도 주요 특징이다. 주요 대학들은 문과에서 이과로의 교차지원은 막아놓고 이과에서 문과로의 지원은 열어놨다. 문·이과 통합 수학으로 이과 수험생들의 경쟁력이 높아지자 과거 문과생이 지원했던 대학과 학과에 대거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 수도권에서 인(in)서울로 이동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는 정시 지원자 규모에 반영됐다. 종로학원 분석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정시 지원자는 전년도보다 7만3179명이 늘어 32.5% 증가했다(표 참조).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경우 전년도 4446명에서 올해 8115명으로 82.5% 급증했다. 정시규모 확대와 약대 입시 부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규모다.

종로학원에서 수험생 1만2884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국어·수학·탐구 300점 만점에서 250~270점대인 중위권 수험생들의 교차지원이 활발했다. 260점대의 경우 수능 직후 39.2%가 교차지원을 고려했는데 수능 성적표가 나온 뒤 47%(수능 결과 발표 직후), 62.2%(수시 합격자 발표 직후)로 급등했다. 정시 원서를 내기 직전에는 수시 합격자를 제외한 60.7%가 문과로의 교차지원을 희망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서울의 일부 상위권 대학은 수능 성적이 나온 뒤 문과 교차지원이 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긴급하게 과학탐구 과목 선택학생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수 구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과 교차지원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려 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 사전 예고제를 어긴 것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문과 상위권 수험생들이 이과 중위권 학생에게 밀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결과가 상당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내년 문과 재수생들의 수준이 높아져 올해 고3 수험생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혼란보다 정책 실패 감추기

문과생 혹은 여학생들도 “수학 점수에서 배려해 달라”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문제는 정부의 잘못된 시그널이었다. 교육부가 문·이과 격차가 이렇게 크게 발생할 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예상하고도 강행했다면 수험생 뒤통수를 친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번 문·이과 통합형 수능은 이들이 고교 진학할 때 확정된 것이다. 고교 3년 동안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교육부는 이 제도를 도입할 때 “보정점수를 통해 문·이과 유불리 문제는 해소될 것”이라며 “안심하고 각자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춰 공부해 달라”고 주문했다. 학교 현장과 학원가에서 문과생이 크게 밀릴 것이란 우려에는 눈감았다.

수험생이 혼란을 겪더라도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입시에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첫선을 보인 지난해 6월 모의평가에서 문·이과 성적(선택과목별 세부 성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예를 들어 1등급 내 문·이과 비중 같은 핵심 정보를 감췄다.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 공개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결국 비공개했다. 이후 9월 모의평가와 실제 수능에서도 수치를 내놓지 않았다. 이런 정보를 공개했을 경우 정책 실패가 보다 명확해지기 때문이었을 수 있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에서 입시 지도에 꼭 필요하다며 정보 공개를 거듭 요구했음에도 굽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과목에서 자신의 전국적인 위치를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정시 전략을 짤 때 선택과목이 동일한 학생끼리 전국 위치가 매우 중요한데 이를 공개하지 않으니 수험생이 받은 점수와 대학이 요구하는 점수가 불일치하게 된다”며 “정시 지원자가 폭증하고 역대급 눈치작전에 ‘묻지마’ 교차지원 현상까지 나타나는 등 큰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3학년도 대입에서도 이런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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