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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장난치고 싶어!

요조 가수·작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종일 집에서 쉬었다. 내심 짐작 가는 이유가 있다. 지난 며칠 내복을 입지 않고 돌아다녔는데 그게 컨디션을 매일 야금야금 갉아먹은 것 같다. 왜 내복을 입지 않았냐면 일단은 세탁기를 돌리지 않아 입을 게 없기도 했다. 게다가 아무리 추워도 내복만큼은 입지 않는다는 친구가 있어 이참에 나도 겨울에 내복 안 입는 멋쟁이가 되어 볼까 하는 마음으로 흉내 내고 싶었다.

나는 치아가 약해서 겨울에 마스크를 끼고 입을 꾸욱 다물어도 이가 시리곤 하다. 그게 여간 고통스럽지 않은데 며칠 내복 없이 지내보니 아주 온몸의 뼈가 내 이처럼 시릿시릿하고 몸의 깊은 곳에서부터 고장이 나는 것 같았다.

친구가 내복을 입지 않는 이유는 내복을 입는 것이 괜히 세상에 지는 것 같기 때문이란다. 이 추위를 내복 없이 견뎌낼 수 있다는 점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에 지는 것 같다고 느끼는 마음은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실제로 친구를 놀리곤 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너무나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기도 하다. 달리기에 있어서라면 친구와 똑같은 마음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어영부영 달리지 않는 날들이 길어지면 마치 내가 세상에 지는 것만 같다. 그런데 실상 세상은 내가 달리든가 말든가 애초에 나의 존재 여부에 관심도 없는데. 결국 내가 생각하는 세상이란 나 자신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어쩌면 좋지?

세상(자기 자신)과 싸워 이긴다(진다)는 말은 어떻게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 ‘싸운다’는 전제 속에서는 말이다. 그러나 이기고 지는 대상이 동일하다는 이상함을 크게 깨달아버린 사람 중 어떤 사람들은 갑자기 확 늙어버리거나 생의 의욕을 잃은 것처럼 무기력해지기도 하니 싸우던 관성을 갑작스레 깨끗이 멈추는 것도 위험해 보인다. 이럴 땐 장난치는 마음이 유용할 수도 있다. 장난으로 이기고 또 지고. 장난으로 기쁘고 장난으로 분하고.

요조 가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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