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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차의 순정 부품 허위 광고에 솜방망이 처벌한 정부

현대차와 기아가 취급설명서에 ‘자사 순정 부품’을 쓰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 거짓 표시하다 적발됐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고객을 기만한 건데 당국은 고작 구두 경고에 그쳤다. 허위 광고를 하는 업체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정부 모두 한심하다.

최근까지 그랜저, 쏘나타, 카니발 등 현대차와 기아차를 구매한 경우 설명서에 ‘순정 부품을 사용해야만 안전하다’, ‘비순정 부품 사용은 차량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간 큰 운전자가 아니고서야 차를 수리할 때 순정 부품을 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차를 만들 때 사용되는 것과 같은 부품인 순정 부품과 그 외 비순정 부품은 품질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일반약과 복제약 정도로 보면 된다. 그럼에도 마치 비순정 부품을 쓰면 차에 문제가 생길 것처럼 오인하게 했다. 참여연대가 2019년 일부 국산차 부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순정 부품이 비순정 부품보다 최대 5배가량 비싼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차·기아는 앉아서 일종의 폭리를 취했다.

두 업체의 국산차 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사실상 독과점 체제인데도 이런 몰염치한 일을 벌인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일 이들 업체가 2012년 9월∼2020년 6월 제작·판매한 차량들의 취급설명서에 거짓·과장 표시를 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제재 단계 중 가장 낮은 ‘경고’만 줬다. 2018년 11월 이후 출시 차종들의 설명서에 해당 표시가 삭제된 점을 이유로 들었다. 정작 홈페이지를 보면 2020년식 현대차 팰리세이드 설명서 등에 문제의 표현이 남아 있어 당국의 해명을 무색하게 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압도적 점유율을 믿고 파업이 벌어지면 가격 인상으로 손쉽게 피해를 벌충했다. 해외보다 비싸게 국내에서 차를 팔기 일쑤였다. 알고도 눈감아 주는 허수아비 당국이 있기에 고객을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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