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한 이모(55)씨의 사망 원인이 심장질환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자연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1차 소견이 나오자마자 그 결과를 발표하는 이례적 신속 행보를 보였다.

서울경찰청은 관계자는 13일 “국과수가 이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결과 시체 전반에서 사인에 이를 만한 특이 외상은 없었다”며 “사인은 ‘대동맥 박리 및 파열’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대동맥 박리·파열은 주로 고령이나 고혈압, 동맥경화 등 기저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심장질환”이라고 덧붙였다.

고인이 약을 복용한 흔적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 현장에서 고인의 질환과 관련된 약봉지도 발견됐다”며 “부검 결과 중증도 이상의 관상동맥경화 증상이 발견됐고, 심장이 보통 사람의 2배 가깝게 비대해진 현상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11일 오후 8시40분쯤 서울 양천구 한 모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국과수 구두 소견을 받은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내용을 공개했다. 이씨 부검은 이날 오전 9시쯤 시작돼 오전 10시10분쯤 종료됐다고 한다. 경찰은 오전 11시 언론에 결과를 공개했다. 구두 소견은 국과수가 부검을 진행한 직후 내놓은 1차적 소견으로 대략적인 사인을 추정할 수 있다. 다만 혈액이나 조직 등에 대한 정밀검사를 한 뒤 나오는 최종 소견에서 사인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경찰 발표는 최종 소견까지 미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경찰의 신속한 부검 결과 발표는 이씨 사망이 정치쟁점화되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추측이 나오다 보니 1차 구두 소견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고 했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본다. 모텔 내부 CCTV 확인 결과 이씨가 지난 8일 오전 10시45분쯤 마지막으로 객실로 들어간 이후 다른 출입자가 없었고, 현장 감식에서 외상이나 외부 침입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 시점은 숨진 채 발견된 11일 당일보다는 (연락이 두절된) 8일 쪽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며 “혈액, 조직, 약독물 검사 등을 진행한 뒤 최종 부검 소견을 통해 명확한 사인을 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도 부검 결과를 수용하고 장례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족 대리인 백모씨는 “국과수에서 얘기하는데 유족들이 입장을 밝힐 만한 상황이 아니다”며 “(이씨가 생전에 제보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