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 국내 도입 당장 결론 어려워… 사회적 합의 찾아야”

‘게임을 말하다-국내에서의 P2E’ 정책 토론회

‘돈 버는 게임(Play to Earn·P2E)’은 게임계에서 진통과 희망이 교차하는 화젯거리다. P2E의 국내 서비스 여부를 놓고 이용자와 업계, 정부, 국회 관계자가 모여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들은 P2E의 국내 도입에 대해선 다소 의견이 달랐지만, 이용자 보호책은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국민일보가 주관한 정책 토론회 ‘게임을 말하다-국내에서의 P2E’가 13일 오후 2시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P2E란 캐릭터나 아이템을 NFT(대체불가토큰)화해 거래하거나 게임 내 재화를 가상화폐로 변환해 시중 거래소에서 팔 수 있는 블록체인 게임을 말한다. P2E는 환금성(가치를 현금화하는) 때문에 게임법상 ‘사행성’ 문턱을 넘지 못하고 국내 서비스가 금지된 상태다. 게임 사행성 관련 규제는 2000년대 중반 이른바 ‘바다이야기 사태’ 당시 제정됐기 때문에 낡은 법이 게임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반면 P2E가 게임 본연의 ‘재미’를 퇴색시키고 각종 폰지 사기를 유발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심심찮게 나온다.

송석형 게임물관리위 등급서비스팀장

정부 측 대표로 참석한 송석형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서비스팀장은 P2E가 가능성보다 우려 요인이 더 많다고 평가했다. 송 팀장은 “P2E 게임은 출시 전부터 많은 부작용과 우려가 있다. P2E가 게임 산업 발전의 자양분이 될지, 게임의 본질을 훼손하게 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다양한 전문가의 견해가 필요하고, 게이머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는 토론과 통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

반면 이용자 대표로 토론에 참여한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돈 버는 게임은 게이머들 사이에 원래 있던, 친숙한 개념”이라면서 사문화된 법으로 이를 막는 건 궁색한 대처라고 꼬집었다. 그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쌀먹’(쌀 사먹는 게임)이란 이름으로 공공연히 현거래가 성행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RPG 게임에선 20년 가까이 있었던 개념이고, 법원 판례에서도 게임 아이템을 재산으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김건호 위메이드트리 이사

업계 관계자로 참석한 김건호 위메이드트리 이사도 “과거 ‘디아블로2’를 예로 들면 당시 ‘조던링’이란 아이템으로 현거래가 이뤄졌다. 다른 게임들도 아이템을 현거래하는 사례가 꾸준히 있었다”면서 “블록체인 게임은 아이템의 소유권이 개인에게 간 것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특히 블록체인 세계관에선 아이템 거래가 보다 클리어하게 이뤄진다”고 밝혔다.

박종현 유동수 의원실 비서관

‘컴플리트 가챠 금지법’을 발의한 유동수 의원실 소속 박종현 비서관은 “P2E 게임은 이용자들에 대한 보호책이 굉장히 부족한 상태”라면서 “당장 P2E가 법적인 회색지대에 있다고 해도 이용자 보호 문제를 방치하지 말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P2E가 게임사들 사이에서 유행을 타고 있는데 허용되더라도 게임사에 강력한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경계했다.

일명 ‘무돌 사태’로 촉발된 변칙 게임 출시에 대한 이용자 보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무한돌파(무돌) 삼국지 리버스’라는 모바일 게임은 매일 임무를 달성하면 암호화폐를 게이머에게 지급했는데, 이들은 자율등급 심의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게임을 서비스하다가 정부 당국의 단속에 걸려 서비스 취소 판정을 받았다. 이 게임은 앱 마켓 과금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피해는 해당 게임에 돈을 쓴 게이머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송 팀장은 “자율등급 분류를 할 수 있는 곳이 국내 10군데가 있는데, 90만개의 게임이 유통됐다”며 단속의 한계가 있음을 피력했다. 양 대변인은 “돈을 투입한 게이머는 게임 서비스가 멈췄을 때 쓴 돈을 청구할 곳이 없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게이머를 보호할 법적인 근거가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를 대변하는 김 이사도 “게임사에서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도경 이상헌 의원실 보좌관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이 NFT 아이템을 소유한 게이머 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수요와 공급을 고도화해 순환고리가 최대한 맞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토큰 가격이 급락해서 게이머가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비서관은 P2E의 과세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가상 자산이 과세 대상이 된다고 하면, NFT화한 아이템은 대상으로 삼기에 모호함이 있다. 조세회피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게임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처럼 되고 있다. 과거에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으로 성공했지만 지금은 P2E를 통해 글로벌 회원을 쉽게 유치할 수 있다”면서 “플레이하며 돈 버는(play and earn) 것을 최근 새로운 방향성으로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 팀장은 ‘게임의 정의’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면서 “과거 게임을 즐겼던 추억을 떠올리면 대부분 재미라는 요소가 있었다. 지금 다양한 방식의 게임이 나오고 있는데, ‘플레이하는 즐거움’이 빠진 게임이 과연 게임의 본질에 부합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변인도 “게임사 입장에서 ‘Pay to win(돈을 써야 이기는)’ 수익 모델에 P2E 요소가 가미되면 더 강력하게 과금하게 유도할 수도 있다. 소위 게임 업계가 악랄하게 ‘흑화’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

이날 좌장으로 토론회를 이끈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P2E는 당장 결론을 내기 어려운 주제”라면서 “보다 치열한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찾아야 할 논제”라고 토론을 마무리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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