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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줄 죈 한은, 돈 푸는 정부… 엇박자 심각

같은 날 나란히 발표된 금리인상과 14조 추경… 둘 다 효과 반감될 우려

통화 당국과 재정 당국이 한국 경제를 정반대 방향으로 이끄는 엇갈린 정책을 꺼내 들었다.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돈줄을 죄고 나선 반면, 기획재정부는 초유의 1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막대한 돈을 시중에 풀기로 했다. 미스매칭 두 정책이 정면 충돌하면서 양측이 겨냥한 효과가 모두 반감될 위험에 처했다. 물가를 잡으려 금리인상을 했는데 추경이 유동성을 확대해 거꾸로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소상공인 어려움을 덜어주려 추경을 하는데 금리가 올라 오히려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기준금리를 코로나 직전 수준인 1.2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2회 연속 올렸고, 불과 5개월 새 0.75% 포인트나 빠르게 올렸다. 3%대의 높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는 데다 미국이 긴축 전환을 서두르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추후 1.5%로 한 번 더 올리더라도 긴축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 위험을 강조하면서 유동성을 계속 축소해갈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런 금리인상이 사실상 예고돼 있던 상황에서 정부는 14조원대 추경안을 발표했다. 매출 감소 소상공인에게 300만원씩 지급하고 손실보상 재원을 확충키로 했다. 역대 최대인 607조원 본예산을 쌓아둔 채 별도의 돈 풀기에 나선 것이다. 약 10조원의 작년 초과 세수가 추가로 확인되자마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 돈을 쓰라고 지시했고, 하루 만에 현 정부 들어 10번째인 추경안이 나왔다.

이번 추경은 두 가지 모순을 안고 있다. 불과 얼마 전 “향후 5년간 재량지출 10% 축소” 지침을 각 부처에 내리며 차기 정부에 긴축 재정을 주문해놓고, 정작 현 정부에선 초과 세수까지 남김없이 써대는 셈이 됐다. 또 통화정책 기조를 고려하지 않고 한날한시에 정반대 메시지를 시장에 보냄으로써 지난해부터 제기돼온 통화·재정 엇박자 우려를 스스로 증폭시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를 “상호보완적 역할 분담”이라 주장하지만, 폴리시믹스(정책조합) 효과를 기대하려면 최소한 정책 방향은 같아야 한다. 지금의 미스매칭은 치솟는 물가도 못 잡고 소상공인 어려움은 가중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미국의 긴축 등 회색 코뿔소(잠재 위험)가 하나둘 현실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관된 거시정책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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