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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심장혈관이 꽉 막힌 당뇨환자, 하이브리드 수술로 뚫었다

[첨단 의료현장] 관상동맥이 모두 좁아진 협심증 진단 받으면

가톨릭의대 은평성모병원 강준규 교수(앉은 이)가 70대 심장혈관질환자의 하이브리드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수술은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우회로술의 장점을 결합한 방식이다. 은평성모병원 제공

평소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약을 복용해온 김모(48)씨는 지난달 초 갑자기 찾아온 가슴통증이 신경쓰였다. 평지를 걸을때도 흉통과 호흡곤란을 느낄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자 대학병원을 찾았다. 심혈관 촬영 결과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3개의 관상동맥이 모두 좁아진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당뇨가 있는 환자가 여러 개의 심장혈관에 문제가 있을 경우 금속 그물망을 넣어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 시술 보다는 새롭게 혈관을 이어주는 수술(관상동맥우회로술)이 더 좋은 성적을 보이는 걸로 알려져 있다. 다만 수술의 경우 심장을 일시 멈추고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위험도와 합병증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김씨의 경우 심장을 감싸고 있는 오른쪽 1개(우관상동맥), 왼쪽 2개(좌회선지, 좌전하행지)의 동맥 중 우관상동맥과 왼쪽을 가로지르는 좌회선지는 스텐트 시술이 가능했지만, 심장 혈액공급의 50~60%를 담당하며 왼쪽 아래로 향하는 좌전하행지는 석회화(혈액 찌꺼기가 많이 쌓여 딱딱해짐)가 심하고 그 범위가 넓어서 수술 부담이 컸다.

이에 의료진이 묘안을 짜냈다. 먼저 우관상동맥과 좌회선지에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진 혈관을 넓혀서 심장혈액 공급에 숨통을 텄다. 상태가 가장 심각했던 좌전하행지의 경우 다음 날 최소 절개와 심장을 정지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심장 내 다른 혈관(좌내흉동맥)을 이용해 새롭게 혈액을 공급하는 우회로를 만들었다. 스텐트 시술과 수술을 병용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수술’이다.

김씨는 이달 초 무사히 퇴원해 조깅이나 운동을 할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초기 가슴통증이 나타난 이후 병원을 찾는 시점이 늦었고 당뇨병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적극적인 수술 치료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신 하이브리드 수술로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기를 넘긴 것이다.

관상동맥 막히면 생명 위협

최근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 치료에 하이브리드 수술이 주목받고 있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대개 좁아진 혈관을 스텐트나 풍선을 넣어 넓혀주는 시술과 좁아진 부위 뒤쪽에 환자 자신의 혈관을 이용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는 관상동맥우회로술로 치료한다. 심장질환 초기에 주로 적용되는 스텐트 시술은 비교적 간단하고 회복 시간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으며 환자 몸에 큰 상처를 남기지 않는 장점이 있다.

가톨릭의대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김범준 교수는 17일 “과거 허벅지 동맥을 통해 스텐트를 삽입해 심장까지 밀어올리던 방식을 발전시켜 최근에는 심장과 더 가까운 손목 혈관(요골동맥)으로 삽입하는 방식도 도입돼 있다”며 “예전엔 시술한 심장혈관 부위가 다시 좁아질 확률이 높고 이로 인해 재시술하거나 수술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재협착을 막아주는 ‘약물 방출 스텐트’의 개발로 치료 성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장 혈관질환자의 20~30%는 수술 치료가 불가피하다. 관상동맥 3개의 혈관 모두가 좁아져 있는 경우, 심장근육에 50%이상 혈액을 공급하는 좌전하행지에 병이 심한 경우, 당뇨 환자 중 여러 혈관에 병이 동시 나타난 경우, 이전에 스텐트 시술을 받았는데 재발한 경우, 심장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경우, 다른 심장병을 동반한 경우, 투석 등 다른 내과질환을 함께 가진 경우 관상동맥우회로 수술을 선택할 수 있다. 가슴 안의 다른 동맥, 다리 정맥, 팔 동맥 등을 떼어내 막히거나 좁아진 관상동맥 뒤에 연결해 주는 것이다. 성공률이 100%에 가까울 정도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같은 병원 흉부외과 강준규 교수는 “스텐트 시술은 비교적 간단하고 소요 시간이 짧지만 장기 성적이 낮고 재발율이 높다는 단점이 있고, 수술은 재발율이 낮고 장기 성적은 좋지만 가슴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수술 후 일정기간 회복이 필요하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따른다”며 “하이브리드 방식은 둘의 장점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즉, 스텐트 삽입이 가능한 혈관에 먼저 시술해 혈관을 확장한 후 가장 상태가 나쁜 혈관은 우회로 수술로 해결함으로써 환자 부담을 덜고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수술은 3개의 관상동맥 중 2개 이상 좁아졌거나 수술로 인해 합병증 위험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심장 혈액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좌전하행지가 다른 관상동맥과 함께 좁아져 있는 경우 적합하다. 당뇨병을 동반하고 2~3개 관상동맥에 질환이 있는 경우도 고려 대상이다.

가슴통증 그냥 넘기지 말아야

심장 관상동맥과 치료 방법을 보여주는 그림. 은평성모병원 제공

하이브리드 수술의 관건은 시술을 하는 순환기내과와 수술을 맡는 흉부외과의 신속하면서도 체계적인 협진이다. 환자의 심장혈관 상태와 전체적인 건강상태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 치료계획을 세우고 진단에서부터 시술과 수술 과정을 최대한 짧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평성모병원의 경우 협진팀을 꾸려 지금까지 113명에게 하이브리드 수술을 시행했으며, 모든 환자가 혈관 재개통에 성공했다. 하이브리드 수술은 전체 심장혈관질환자 치료의 20% 수준을 차지한다.

강 교수는 “대부분의 환자가 스텐트 시술 다음날 수술을 받았고 평균 하루 정도만 중환자실에 머물 정도로 회복이 빠른 편이다. 환자 상태가 좋지 않으면 하루에 스텐트 시술과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노화와 동맥경화, 고지혈증, 당뇨, 흡연 등의 위험 요인에 의해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당 진료 인구는 2010년 1403명에서 2019년 1935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도 2016년 26.7명에서 2019년 28.3명으로 증가했다.

심장 관상동맥질환으로 시술 혹은 수술받은 환자들은 치료 후 관리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른 질환자보다 재발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금연과 금주는 기본이고 고지혈증, 고혈압에 영향 주는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체중을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심장 건강을 확인해야 한다.

순환기내과 서석민 교수는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가슴통증을 느낀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시간이 생명’이라는 생각으로 가까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흉통이 나타나면 운동 부족으로 여기고 고강도 운동을 더 하는 경우가 있는데, 관상동맥질환이 있다면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는 무리한 신체활동을 자제하고 흉통이 발생하면 전문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운동 강도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고연령층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들은 통증에 무감각해져 가슴이 아닌 어깨 통증이나 숨이 차는 등 비특이적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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