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지역간 ‘형평성’ 건드린 방역패스, 전국서 해제될 듯

서울서만 중단 형평성 논란 불거져
다른 지자체들 항의성 민원 쏟아내
정부, 오늘 회의 열고 방침 결정키로

방역패스가 적용되고 있는 광주 북구의 한 대형마트 입구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대형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시행이 중단되면서 방역패스를 비롯해 정부 방역 조치 전반에 대한 반발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지역에만 한정해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자 다른 지방자치단체로는 항의성 민원도 쏟아졌다. 지역 간 형평성 문제로 번지자 정부는 결국 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전국적으로 해제할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경기도 광명의 한 대형마트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해 달라는 직원의 안내에 대한 고객 항의가 이어졌다. 한 노부부는 “이제 방역패스 안 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불만 섞인 표정으로 직원에게 따져 물었다. 마트 직원은 “방역패스 중단은 서울만 해당한다”고 안내했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사는 이 부부는 이날 차로 10분 거리인 대형마트를 찾았는데, 해당 마트는 행정구역이 서울이 아닌 경기도 광명시로 돼 있다.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과 불신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큰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는 마트 방역패스가 중단되고,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서 방역패스가 유지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된 영향이 크다.

전국적인 집단 소송과 민원 제기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각 지자체 청원 게시판에는 ‘서울처럼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요구가 줄을 잇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 단체장의 전화번호를 공유하며 ‘압박 전화’를 독려하는 글도 올라온다. “서울로 백화점 원정을 가야겠다” “장 보러 서울 간다” 등의 조롱 섞인 반응까지 등장했다.

정부의 방역패스 정책이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된 것을 계기로 정책의 신뢰성과 형평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일관성 없는 정책이 계속되면 국민적 불신이 커지고, 결국 정책은 실효성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거쳐 방역패스 철회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시민들의 혼란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조치를 해제할 것”이라며 “다만 법원 결정에 대한 항고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법원의 결정 취지와 방역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방역패스 조치가 해제돼도 후유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방역 조치에 맞서는 소송이 늘어나면 ‘누더기 방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의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 정책은 전체적으로 보면 효과가 입증되지만, 불만이 제기되는 부분만을 놓고 소송이 제기되면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방역 정책이 누더기가 되면서 감염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결국 또 한 번의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방역 정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길 기다리는 비관적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판 신용일 송경모 기자 pa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