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벗어나면 유연한 사역 가능… 온라인 예배 공동체가 보인다

‘온라인 교회’ 플랫폼 구축 민대홍 서로교회 목사

민대홍 목사가 지난 14일 경기도 파주 서로교회에서 테블릿 PC를 통해 이 교회 온라인 예배 영상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서로교회(민대홍 목사)는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의 한 지식산업센터 안에 있다. 민대홍(40) 목사가 사용하는 책상 앞으로 작은 강대상이 있을 뿐 보통의 사무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신앙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회에는 부족함 없는 공간으로 보였다. 이 공간에서는 온라인 예배를 촬영하고 교인들과 줌을 활용해 성경공부도 한다.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종종 교인들이 모여 친교하기도 한다.

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교인’ 등록을 받는다. 온라인 교인은 교회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 교인을 의미한다. 일본과 독일에서도 온라인 교인으로 등록한 사례가 있다. 아직 30명 정도의 교인이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라는 공동체 의식만큼은 든든하다고 했다.

지난 14일 교회에서 만난 민 목사는 “개척 초기부터 온라인 교회를 지향했던 건 아니었다”며 “개척과 동시에 시작된 코로나19가 지금과 같은 교회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2020년 2월 첫 주 지금 교회에서 1㎞쯤 떨어진 곳에서 개척했다. 건물 2층에 있던 교회는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처음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고 했다. 매주 새 교인이 등록하며 순조롭게 자리를 잡는 듯했지만 대구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산세 이후 철퇴를 맞았다.

개척 후 고작 한 달도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교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민 목사는 “110만원의 월세를 내며 빈 교회를 2년 동안 유지했다”면서 “너무 암울한 현실 앞에 좌절했지만 무너지지 않고 ‘온라인 교회’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첫 예배당 계약이 만료된 뒤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이곳은 평소 민 목사가 운영하는 출판사 ‘서로북스’의 사무실로 사용한다. 그는 어려운 출판 시장에 성도를 위한 신학 서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연구자의 삶을 사는 개인사도 출판 사업을 시작하는 동인이 됐다.

서울장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숭실대에서 기독교 문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함석헌의 사상과 글을 중심으로 ‘한국 기독교 역사학’을 연구하고 있다.

서로교회 공동체의 구심점은 주일 오후 1시30분에 송출하는 온라인 예배다. 예배 분위기는 자유롭다고 한다. 민 목사는 “보통 가족이 함께 예배를 드리는데 어린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딱딱한 분위기보다 자유롭게 예배드리라고 권한다”면서 “예배 중 다과를 먹어도 된다고 말하는데 열린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온라인 공동체다 보니 헌금이 가장 큰 문제 같지만 이 또한 참신한 해법을 마련했다. 주정 헌금이나 십일조 대신 목적 헌금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린이 강화도 역사 기행을 위한 헌금’을 요청하는 식이다. 교회 운영 비용은 출판사 수입과 웨딩 촬영 아르바이트, 매체 기고 등을 통해 마련한다고 했다. 이런 면에서 민 목사는 이중직 목회자인 셈이다.

교인 신앙 양육을 위해서는 독일 헤른후트 형제단의 ‘로중 묵상집’을 활용한 성경 읽기를 한다. 로중은 독일어로 암호라는 뜻으로 성경에 숨긴 복음의 메시지를 묵상하자는 의미의 묵상 운동이다. 로중 묵상을 통한 양육도 온라인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에서 유학 중인 정희경 목사와 교인들이 협업해 묵상 자료를 만든다. 정 목사가 매일의 묵상 본문을 낭독하고 17명의 교인 자원봉사자가 매일 기도문을 붙여 하나의 묵상 자료를 완성한다. 이와 함께 수요일마다 온·오프라인 성경공부도 시작했다.

서로교회의 사역이 관심을 끄는 건 개척교회가 코로나19 파고를 뚫고 활로를 찾았기 때문이다. 교회는 ‘교회 개척 후 전도를 통한 부흥’이라는 기존의 공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온라인 신앙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민 목사는 공간에서 벗어나라고 말했다. 그는 “개척 직후 큰 어려움을 겪고, 다행히 온라인 교회라는 새로운 목회 플랫폼을 구축하며 얻은 교훈은 30명 이하의 교회는 굳이 예배 공간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었다”며 “공간에서 벗어나면 공동체가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의 관심은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다. 민 목사는 “500여년 전 마르틴 루터가 라틴어에 갇혀 있던 성경을 해방한 뒤 개혁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신학자들의 전유물인 신학을 해방하는 개혁이 필요하다”며 “성도들과 호흡하기 위해 무겁지 않고 유연하게 사역하고 있다. 놀이처럼 쉽고 즐거운 목회를 지향한다”고 전했다.

민 목사는 코로나19 덕에 새로운 형식의 목회에 뛰어든 경우다. 그는 “코로나19가 이런 목회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면서 “코로나 파고가 없었다면 여전히 주일 출석자 수와 헌금에 매달려 있을 게 뻔한데,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도전이 지금의 사역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파주=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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