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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형사미성년자 나이 기준 낮추는 게 타당하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018년 2월 인천에서 여중생이 A군 등 2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후 그해 7월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이들 가해자 모두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밝혀져 형사처벌이 불가능했다. 당시 청와대 게시판에 ‘인천 여중생 자살 가해자 강력 처벌 희망 요망’이란 청원이 올라와 23만4236명의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형사사건이 아니라 보호사건으로 마무리돼 이들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2022년 현재 이들의 보호처분은 다 종결됐다는 것이다. 보호처분 중 가장 강력한 처분이 2년 소년원 송치처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시민들과 정치권에서는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낮추자는 의견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 주장들은 타당할까?

먼저 가장 중요한 과학적 판단 근거인 통계 수치를 살펴보자. 대법원의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 사건접수 건수가 2019년 1만22건, 2020년 1만584건, 2021년 1만1208건으로 분명히 해마다 증가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대목이 바로 형사미성년자 범죄 가운데 강력범죄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2016~2020년 통계를 종합해 보면 살인죄 8건, 강도죄 42건, 강간 등 성폭력 범죄 1914건이 발생했다. 절대로 보호처분에 머무를 수 없는 강력범죄들이다. 또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이들 형사미성년자 사건 건수 가운데 13세 범죄율은 2018년 70.7%(3483명 중 2464명), 2019년 75.3%(3827명 중 2884명), 2020년 70.6%(3466명 중 2449명)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낮추는 것에 반대하는 논거인 ‘소년사건’ 수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다르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 범죄는 확실히 증가했다.

다음으로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살펴보자. 옛날에는 모르는 게 있으면 종이로 된 두꺼운 백과사전을 찾아보았다. 지금은 어떤가. 손안에 있는 휴대전화가 모든 것을 가르쳐 준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가 없는 시대다. 일반적 지식 습득은 초등학생이나 최고 명문대를 나온 박사나 별반 차이가 없다. 과거보다 신체적 조건도 많이 달라졌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75년 서울시 13세 남자 키는 150.8㎝이었다. 2019년에는 167.8㎝로 변화했다.

경제적 상황도 변했다. 1960년에 1인당 실질국민총소득은 133만원이었으나 2020년에는 3523만원으로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변화를 민법은 인정했다. 2011년 3월에 1958년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성년에 이르는 나이를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낮췄다. “청소년의 조숙화에 따라 성년 나이를 낮추는 세계적 추세와 공직선거법 등의 법령 및 사회·경제적 현실 반영”이 개정 이유다.

마지막으로 비교법적 검토를 해보자.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독일은 14세 미만, 프랑스는 13세 미만, 일본은 14세 미만으로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영국과 호주는 10세 미만으로 하고 있으며, 미국은 ‘7~14세’로 규정하고 있다. 14세 미만이 보편적 정의는 아니란 말이다.

결론적으로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낮추자는 주장은 과학적 통계수치, 사회·문화적 변화 그리고 비교법적 검토를 통해 타당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영역에선 유토피아적 이상향에 기댄 장밋빛 이론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냉철한 이성에 바탕을 둔 실천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낮추는 것은 보호처분으로 교정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게 형사처벌 가능성의 문을 열어 두자는 것이다. 자신이 강도살인 혹은 강도강간을 해도 보호처분으로 고작 2년 소년원 송치처분을 받는 것을 훤히 알고 있는 2022년 13세 소년을 촉법소년 나이 기준이 법제화된 1953년 13세 소년과 같다고 보는 형법이 과연 옳은 걸까.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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