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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공공부문 혁신을 위한 문샷 싱킹

김민호 한국개발연구원 재정투자평가실장


1962년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4만명 군중 앞에서 연설을 한다. “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갈 것입니다. 그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목표는 우리 최선의 에너지와 기술을 조직하고 조치를 취하도록 역할을 할 것입니다.” 당시 미국은 우주 개발 경쟁에서 소련에 뒤처져 있었다. 달에 사람을 보낸다는 명확한 비전 제시를 통해 국가의 기술 및 자원을 집중시켰고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해결하기 어려운 거대한 문제를 선택하고 혁신적 방식으로 해결책을 만드는 데 자원과 조직 역량을 집중시키는 방식을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이라고 한다.

구글은 10%의 개선이 아닌 10배를 개선하고자 할 때 진정한 혁신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기업정신을 가지고 이를 실천하는 X조직이 있다. ‘자율주행차로 모빌리티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라는 목표로 시작된 X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는 현재 미국 일부 주에서 상업용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술 혁신뿐 아니라 기후변화와 같은 거대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샷 싱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과에 초점을 두고 민간 역량과 정부 지원 및 여러 부문 협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로나19 위기 속 백신 및 진단키트 개발, 디지털 기술 활용, 보건 및 사회 정책 등에서 정부와 민간의 공동 대응 능력이 방역과 경제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 역량임을 깨달았다. 마리아나 마추카토는 저서 ‘미션 이코노미(Mission Economy)’에서 중요한 사회 문제에 대해 정부가 공공과 민간부문을 성공적으로 조정한 문샷 프로그램과 같은 방식으로 자원을 활용할 필요성을 주장한다.

우리나라 정치 및 공공부문에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둔 문샷 싱킹이 작동해야 한다. 정부 기관은 긴급하고 관심받는 문제에 대해 집중해 장기적 비전과 이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 장기적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정치권 또한 당장의 표를 위한 공약을 남발하기 일쑤다. 공공부문의 운영 방식을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사용했다는 생색내기식이 아닌 실제 결과에 초점을 맞춰 목적 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집중하는 역동적 조직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에서 문샷 싱킹이 작동하려면 첫째, 뚜렷한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 비전은 측정 가능한 결과와 함께 제시될 필요가 있다. 둘째, 위험 감수를 허용하고 실험을 통해 가장 효과적 해결 방식을 찾아가는 혁신 역량을 갖춰야 한다. 혁신 역량은 민간부문과의 협업을 이끌어 효과적 해결 방식을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역량이 없는 조직은 운영 방식과 인력 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

정부 각종 위원회와 부처의 주요 추진 사업에서 제시하고 있는 비전이 추상적이지 않은지 우선 점검하자. 예컨대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가능 사회 구현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명 미만으로 세계 최저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는 출산율 목표를 포기하고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출산율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보다는 경제·사회적 요인을 찾아 이를 해결해야 한다.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가장 효과적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문샷 싱킹이 작동하지 않으면 인구절벽은 피할 수 없다. 이 논의가 저출산 이외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인 자살률 절반으로 낮추기, 또 다른 1위인 노인 빈곤율 절반으로 낮추기 등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달나라에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되길 희망한다.

김민호 한국개발연구원 재정투자평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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