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고립된 베트남인 도운 ‘집념의 천사’

23년째 외국인 노동자 지원 박경서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대표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대표인 박경서 목사는 23년째 외국인 노동자롤 돕고 있다. 박 목사 제공

영화 ‘터미널’처럼 공항에 고립돼 있던 40대 베트남 남성이 보름여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그 뒤엔 외국인 노동자를 20년 넘게 돕고 있는 한 목사의 끈질긴 집념이 빛을 발했다.

베트남 국적의 판 뚜앙(42)씨는 지난달 29일 캐나다 토론토행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당일 오후 탑승을 준비하던 그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캐나다에서 판씨의 비자를 취소해 환승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판씨는 닷새 동안 환승 구역에서 캐나다 현지에 연락하며 비자 문제를 간신히 해결했다. 그런데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비행기 탑승을 하려면 72시간 이내에 검사한 코로나19 유전자증폭검사(PCR)의 음성확인서가 필요한데 유효 기간이 지나버린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인천공항 환승 구역에는 PCR 검사소가 없었다. 판씨는 본국인 베트남으로도, 캐나다로도 오도 가도 못하는 ‘공항 난민’ 신세가 돼 버렸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베트남대사관에 호소했지만, 대사관 측은 “항공사가 책임져야 한다”며 그를 외면했다.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대표 박경서(58) 목사가 해결사로 나선 건 그즈음이었다. 판씨는 수소문 끝에 인천외노센터 베트남 지원 실무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실무자는 박 목사에게 판씨 사정을 전했다. 박 목사는 17일 통화에서 “그날부터 사흘 동안 매일 100통 넘게 전화를 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통화가 안 되거나 받더라도 모두 다 소관 부서가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베트남·캐나다 대사관도, 항공사도,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도, 인천공항검역소도 마찬가지였다.

판씨를 구해야 한다는 박 목사의 집념은 흔들리지 않았다. 현재 인천시 인권위원장인 그는 전직 위원장인 윤대기 변호사를 찾았다. 그가 인천공항공사 상임감사위원으로 재직 중이었던 것이다. 박 목사는 윤 위원에게 판씨의 딱한 사정을 설명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윤 위원의 설명에 자체 보건팀을 통해 판씨의 PCR 검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판씨는 지난 13일 검사를 받은 뒤 15일 캐나다로 출발했다. 공항에 갇힌 지 17일 만이었다. 도착 뒤에는 고맙다는 인사를 인천외노센터에 전해 왔다.

올해로 23년째 외국인 노동자를 돕고 있는 박 목사는 “판씨가 무사히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짧게 말했다. 집념의 사나이 대신 과묵한 천사 같았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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