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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현산 회장’ 사퇴했지만 불신 여전… 앞길 더 험난

직접 수습 내세워 그룹 회장 유지
말뿐인 사퇴 지적도 만만찮아
노형욱 장관 “가장 강한 페널티”

HDC그룹 정몽규(가운데) 회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후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책임을 지고 HDC현대산업개발(현산) 회장에서 물러났다. 현산은 지금처럼 유병규, 하원기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정 회장은 HDC그룹 회장 자리에는 그대로 남기로 했다. 현산 측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직접 사고수습에도 나서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엿새 동안 잠행한 끝에 내린 결론치고 실체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고를 수습할 뾰족한 방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피해자와 입주 예정자 등에게 보상하는 방안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 회장이 여론 압박에도 불구하고 HDC그룹에 남은 상황에서 매끄럽게 사태 수습이 이뤄지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가장 강한 페널티(징계)’를 언급했다. 사고 조사결과에 따라 등록말소 처분까지 내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 회장은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사옥에서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그는 “1999년 현대자동차에서 현대산업개발로 옮겨 23년 동안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국민 신뢰를 지키고자 노력했는데, 이번 사고로 그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며 현산 회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현산은 유병규 대표이사 사장과 하원기 대표이사 전무가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한다. 회사 운영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산에선 2018년 정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었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이 현산 회장뿐만 아니라 HDC그룹 회장에서 사퇴한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일단 정 회장은 지주사인 HDC의 회장을 유지한다. 사고 책임을 지겠다며 현산 회장직을 내려놓은 게 말뿐인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산 관계자는 그룹 회장직을 유지하는 배경에 대해 “사고 책임이 있어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지만, 최대 주주로서 역할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HDC그룹 정몽규 회장이 17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입장문을 낭독하던 중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사태수습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해당 단지는 물론 인접 단지 입주예정자들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현산의 약속이 이미 한 번 깨진 적 있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참사 당시 정 회장은 직접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었다. 현산은 스마트 안전보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었다. 불신은 전국의 현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산으로선 예비 입주자들의 신뢰를 회복해 계약 이탈을 막는 일에 명운이 걸린 셈이다. 정 회장은 “안전점검에서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 수(기)분양자 계약 해지는 물론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면서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좋은 아파트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안전점검 결과’라는 조건이 붙어 주민 반발이 크다.

한편 노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번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큰 사고가 났다. 현재 운영되는 모든 법규 규정상 가장 강한 페널티(징계)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택현 기자, 세종=이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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