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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변수는 기회다

이원하 시인


인생은 변수를 동반한다. 변수가 없는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한 적 있었다. 다짐이 무색하게 내 인생에는 수많은 변수가 찾아왔다. 작년에는 유독 심했다. 1년간 이루고 싶은 계획을 한가득 적어두었는데 그중 실현된 계획은 단 하나였다. 부다페스트에 입국하겠다는 계획만 실현됐다. 헝가리 국경 봉쇄 기간에 세운 계획이라서 가장 비현실적인 계획이었고 주변 사람들도 입국을 미루라고 했었다. 입국 일정이 미뤄지면 시집 출간도 동시에 미뤄진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투명인간으로 변신해서라도 어떻게든 입국하겠다고 말했었다.

입국 다음의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부다페스트 집에서 나비를 키울 계획이었다. 방충망이 없으니 창문을 열고 꽃으로 유혹하면 나비가 날아올 것이라고 상상했다. 단 하루의 동거를 꿈꾸며 나비의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주식으로 어떤 음식을 먹는지 등을 알아봤었다. 그러나 나비는커녕 정체 모를 이상한 벌레만 들어와서 하루 종일 벌레와 씨름해야 했다. 그 이후로 나비를 기다리지 않았다. 다만 변수를 통해 나비는 사람의 마음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다리면 다가오지 않고, 기다리지 않으면 다가오는 예측 불가능한 사람의 마음 말이다.

아울러 부다페스트의 몇몇 장소에 가서 특정 영감을 받아오겠다는 계획도 세웠으나 변수가 발생했다. 막상 부다페스트에 도착하니까 모든 감정이 뒤바뀌어서 원하던 영감을 얻을 수 없었다. 변수로 인한 상실감을 없애고자 올해는 굵직한 계획 두 가지만 세웠다. 하나만 실현돼도 반은 성공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인생은 늘 계획대로 흐르지 않고 변수를 동반한다. 그렇다고 그 변수가 실패를 동반하는 건 아니다. 변수는 새로운 기회가 된다. 작년에도 여러 변수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난 이제 수많은 변수를 통해 변수를 차분하게 맞이하는 사람이 됐다. 차분한 내 모습이라니.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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