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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우 칼럼]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선거


정치 무관심층이 늘어난 건
역대급 비호감인 후보들 탓
20대 대선이 이렇게 흐른 데는
시민에게도 일부분 책임 있어

선거 본질은 편 가르기라지만
이대남 이대녀로 적대하다니
선택지 중에 도·개밖에 없다면
정답은 개가 자명하다

승부가 뻔한 게임은 아무래도 긴장감이 떨어진다. 관심도 역시 낮다. 대통령선거도 마찬가지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맞붙은 17대 대선 투표율은 63.0%로, 역대 대선 중 가장 낮았다. 촛불혁명으로 치러진 지난 대선도 일찌감치 승패가 결정돼 투표율이 77.2%로 그리 높지 않았다.

이와 달리 예측 불허의 접전이 펼쳐진 대선은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1노3김의 13대 89.2%, 김영삼·김대중의 14대 81.9%, 김대중·이회창의 15대 대선은 80.7%를 기록했다. 예외는 있다. 불과 2.33% 포인트 차로 승부가 갈린 노무현·이회창의 16대 대선은 투표율이 70.8%에 그쳤다.

이제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은 초접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추세면 유권자 관심이 증폭되고, 투표율은 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투표일이 가까울수록 무관심층이 늘어나는 경향이 감지된다.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후보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비호감도가 개선되기는커녕 높아진다는 데 있다. 지난 7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비호감도는 58%,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68%였다. 지지율 1, 2위 후보의 비호감도가 높으면 제3후보가 급부상할 만한데 심상정 정의당 후보 59%,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54%로 이들 또한 높았다.

20대 대선판이 비호감 경연장으로 전락한 데에는 시민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민주당은 당원+국민선거인단 투표로, 국민의힘은 당원+전 국민 여론조사로 후보를 선출했다. 참여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후보 선출에 일반 시민의 참여가 확대됐다. 시민들은 이 후보의 대장동 특혜 논란도, 윤 후보의 ‘본부장’ 비리 의혹도 알았다. 이런 논란과 의혹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가장 강력한 차기 국정 운영의 적임자라 판단해 이들 선출에 힘을 보탰을 게다.

유권자의 후보 선택 기준은 다양하다. 그러나 대략 ①좋아서 ②후보는 별로인데 정책·공약이 마음에 들어서 ③상대 후보가 싫어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대선에 비해 ③의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양 진영의 언어는 상대에 대한 혐오와 반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돼 있다. 나의 가치를 올리는 긍정과 미래의 언어가 아닌 상대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부정과 과거의 언어들뿐이다. 금도와 품격까지 기대하진 않지만 선거는 불구대천의 원수와 싸우는 전쟁이 아니다. 상대를 향해 적의에 가득 찬 폭력적 언어를 퍼부으면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선거의 본질은 편 가르기다. 모두 같은 편이면 선거는 필요 없다. 다른 편을 용납하지 않는 북한식 선거는 결과가 뻔하다. 총선에선 의회 권력의 분점이 가능하나 대선은 한 표라도 많이 얻는 자가 권력을 독점하는 승자독식 게임이다. 총선에 비해 편 가르기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지역 갈라치기로 손쉽게 권력을 장악하고 재창출하던 때가 있었다. 그 지긋지긋하던 망국병이 서서히 치유되는가 했는데 이제는 청춘을 ‘이대남’ ‘이대녀’로 갈라 서로를 적대하게 만든다. 편을 가르더라도 정도(正道)는 지키자.

들쭉날쭉 여론조사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지지율 1, 2위 후보가 바뀌는 건 다반사고 같은 날 발표된 조사에서조차 순위가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이쯤 되면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인지 여론왜곡인지 헷갈린다. 과학이어야 할 여론조사가 맞으면 좋고 틀려도 그만인 점괘 수준으로 전락했다. 점괘나 다름없는 조사치를 근거로 일희일비하며 대선을 예측하는 2022년 대한민국의 처지가 웃프다. 이러니 선사시대에나 등장할 법한 도사, 법사, 무속인이 21세기 대선에 다시 소환됐는지도 모르겠다.

후보보다 그 부인이 입길에 자주 오른 것도 이전 대선에선 보지 못한 경험이다. 허위 학·경력 의혹은 본인 사과와 시인으로 일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기자와 통화한 7시간 분량의 녹취 파일을 통해선 감추고 싶은 치부와 속내까지 적나라하게 까발려졌다. 녹취 파일 공개로 후보 부인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자위적 해석도 있으나 과연 그럴지 의문이다. 찍을 후보가 없다고 한다. 도긴개긴이어도 도와 개의 차이는 엄연하다. 선택지 중에 도, 개밖에 없다면 정답은 개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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