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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이상기후 일상 시대… 올해도 한걱정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7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의 퍼니스 크릭에서 측정된 기온은 54.4도였다.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다. 그로부터 이틀 뒤 데스밸리 관광 안내도 앞 온도계가 한때 56.7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비공식 기록으로 남았다.

지난해 퍼니스 크릭을 비롯해 세계 관측소 400곳 이상에서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이 관측됐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 있는 시라큐스는 48.8도를 기록하며 역대 유럽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상 기온 현상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호주 온슬로 지역은 60년 만에 사상 최고 기온인 50.7도를 찍었다. 우리는 이런 기온 아래 살 수 있을까.

역대 최고기온 21위까지가 2000년 이후

2021년은 역대 최고로 뜨거운 해는 아니었다. 최근 미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이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은 1880년 기온 기록을 보관한 이래 6번째로 뜨거운 해였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지난해를 역대 가장 뜨거웠던 해 5위로 발표했다.

양 기관이 밝힌 지난해 순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21세기 들어 지구 기온이 높아지고 있다는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없었다. NOAA는 지난해 지구 기온이 20세기 평균보다 0.84도 높았다고 분석했다. C3S는 역대 연평균 최고기온 기록을 살펴보면 1위부터 21위까지가 2000년 이후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러셀 보스 NOAA 수석 기후학자는 “올해 지구 평균 기온은 99% 확률로 상위 10위 안에 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상위 5위 안에 들 확률은 50%이고, 대형 화산 폭발이나 혜성의 지구 충돌 같은 대사건이 없어도 올해 기온이 역대 1위가 될 확률도 10%는 된다”고 덧붙였다.


1992년부터 세계 극한 기상 기록을 분석해오고 있는 독립 기상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라는 “세계 평균기온(5~6위)에 가려졌지만 지난해 오만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 캐나다 미국 모로코 터키 대만 이탈리아 튀니지 도미니카 10개 나라 연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에레라에 따르면 가장 높은 월평균 기온을 기록한 곳도 107개 국가나 됐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1973년 이래 2016년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폭염이 산불로… 역대급 탄소 배출로

세계 날씨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상학자 스콧 던컨은 “지난해 여름 유럽을 덮쳤던 폭염이 지중해 전역에서 산불을 동반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중해 연안의 폭염사태로 터키와 그리스, 북아프리카 알제리와 튀니지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그리스에서는 지난해 8월 1주일간 500여건이 넘는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에비아섬에서 발생한 산불은 9일간 꺼질 줄 몰랐다. 알제리 튀니지에서도 북부 일대를 중심으로 150여건의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P통신은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낮 최고기온이 46~49도까지 치솟으면서 곳곳에서 자연발화가 발생해 산불이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도 지난 7월 산불이 있었다. 수만명이 화마를 피해 집을 떠나야 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됐지만 쉽사리 불길은 잡히지 않았고 결국 40만 헥타르 가까운 땅을 황폐화시켰다. 지난해 6월 시베리아 북동부 사하 공화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8월 말에야 꺼졌다.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CAMS)는 지난해 7~8월 발생한 북반구의 잇따른 대형 산불이 엄청난 양의 탄소 배출을 끌어냈다고 밝혔다. 올해 7월은 1258.8메가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됐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북미와 시베리아 화재로 발생했다.


CAMS는 지구 가열화가 폭염으로, 폭염이 대형 산불로, 대형 산불이 온실가스 배출로, 온실가스 배출이 다시 지구 재가열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크 패링턴 CAMS 수석 과학자는 “지구 온난화로 각 지역이 더 건조하고, 뜨거워지면서 화재 위험이 커졌다”며 “기후 변화가 산불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우리 옆으로 다가온 이상기후 현상

가디언은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 소식을 전하면서 기온 상승 외에 눈에 띄는 이상 기후 현상을 언급했다. 그중 하나가 중국 허난성을 강타한 폭우였다. 지난여름 허난성에 사흘간 내린 비는 이 지역 1년 강수량을 뛰어넘는 양이었다. 일부 중국 매체는 1000년 만에 내린 대폭우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서유럽 국가에선 10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한 달 동안 내릴 비가 24시간 동안 쏟아졌다. 영국 뉴캐슬대 연구팀은 이런 최악의 홍수가 21세기 말이 되면 지금보다 최대 14배가량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케냐에선 2년 연속으로 우기에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았다. 그린란드 빙상에선 처음으로 눈이 아닌 비가 내렸다. 지난해 2월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선 갑자기 홍수가 발생해 최소 83명이 숨지고 121명이 실종됐다. 홍수 원인은 빙하 붕괴였다.

게티이미지뱅크

북극에선 번개 횟수가 갑절로 늘었다. 핀란드 유럽 환경기상센터 제조업체 바이살라의 연례낙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북극에서는 7278번의 낙뢰가 관측됐다. 앞선 9년 평균의 2배에 가깝다. 원인은 높아진 기온이다. 온도가 1도 올라가면 낙뢰가 12%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많은 전문가가 지구촌을 강타한 기후 위기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 현재 우리의 일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10월 기후 관련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된 독일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 인구의 85%가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 가뭄 등 고통을 겪고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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