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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잃어버린 1년… 성과는 없었고 논란만 키웠다

직접 수사해 기소한 사건 전무
이성윤 특혜조사·사찰 등 논란
자문기구도 제대로 작동 안해

김기현(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찰 의혹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수처를 해체하라’는 뒷걸개가 걸려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당 편도 야당 편도 아닌 오로지 국민 편만 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수사와 기소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지난해 1월 21일 공수처 출범식에서 밝힌 포부다. 당시 공수처는 사법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을 깬 수사기관이자 ‘검찰 개혁의 상징’으로 주목받으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1년 후 공수처는 씁쓸한 첫 돌을 맞았다. 부족한 수사 경험과 역량은 국민 신뢰를 얻기는커녕 논란을 키웠다. 여야를 고르게 겨누지 못하고, 수사 과정에서 지나치게 정치적 고려를 하거나 정치권 눈치를 본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할 것이란 기대도 무색해졌다.

직접 기소 ‘제로’

1년간 공수처가 직접 수사해 기소까지 한 사건은 없다. 지난해 10월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면서 손준성 대구고검 검사에 대해 체포·구속영장을 3차례 청구했다가 모두 기각되는 등 수사 대상 고위 공직자 구속 건수도 ‘0건’이다. 출범 이후 공수처가 입건한 사건은 24건으로 전체 접수 사건(2800건가량)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입건 사건 중 4건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관련 사건이라는 점에서 수사 화력이 특정 인사에 편중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달 21일 기준 접수 사건 중 1642건을 검찰과 경찰에 이첩했다.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사건은 수사를 마쳤으나, 교육감은 공수처의 기소 권한에서 벗어나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조 교육감이 지난달 불구속 기소되면서 출범 337일 만에 처음으로 재판까지 넘어간 공수처 사건이 됐다. 공수처는 ‘윤중천 면담 보고서 허위 작성’ 당사자인 이규원(불구속 기소) 검사 사건도 수사를 마무리한 뒤 ‘합일적 처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건을 다른 혐의로 이 검사를 수사 중인 검찰에 이첩했다. 결과적으로 공수처 기소 사건이 ‘0건’인 이유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위 공직자 사건 수사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공수처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인지수사를 통해 기소한 적이 전혀 없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치적 고려 때문에 사건 처리 속도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논란의 순간들

성과가 더뎌지는 동안 논란은 증폭됐다. 출범 초기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 금지 사건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고검장에 대한 특혜 조사가 불거졌다. 이에 김 처장은 지난 6월 첫 기자간담회에서 “더 신중하고 무겁게 했어야 하는데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고발 사주 의혹 규명을 위해 실시한 지난해 9월 김웅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은 법원에서 위법성을 지적받았다. 김 의원이 사용하지 않은 보좌관 PC를 압수수색하고, 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아서다.

이 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사건과 관련한 지난 11월 대검 압수수색도 위법성 논란이 일었다. 옛 수원지검 수사팀은 공수처의 압수수색 영장에 허위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준항고를 제기한 상태다.

지난달 불거진 공수처의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공수처에 비판적 보도를 한 기자와 그들의 가족 등에 대해 통신 조회를 한 사실이 드러났고, 곧이어 야당 의원과 일선 검사, 민간인 등의 통신자료를 제공받은 것도 알려졌다. 일부는 법원 영장이 필요한 통신사실확인자료까지 수집 당해 ‘사찰 의혹’까지 일었다.

“우리는 아마추어”

공수처는 스스로 수사 경험과 능력 부족을 인정하기도 했다. 여운국 공수처 차장검사는 지난해 11월 손 검사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우리 공수처는 아마추어”라고 언급했다. 수사기관으로서 권위를 떨어뜨렸다는 뒷말도 나왔다.

한 형사법 전공 원로 교수는 “공수처는 구성원의 전문성 부족 문제도 있지만, 여권에서 설립을 주도한 만큼 정치적 입김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자리를 잡는 과도기일 수도 있겠지만, 존폐 논란도 새겨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수선한 1년간 공수처 내 자문 기구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한 공수처 수사심의위원회 소속 위원은 “수사심의위 회의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며 “위촉장을 줄 때는 공수처에서 ‘열심히 조언을 구하겠다’고 하더니 이후 심의 요청을 받은 것이 없다”고 전했다. 공수처 수사심의위는 수사 개시나 기소, 강제 수사 관련 자문을 해주는 기구다.

소관 법령과 운영 방향을 심의하는 공수처 자문위원회의 한 위원도 “출범 초기 행정 규칙 제·개정과 관련한 의견을 낸 것 이후 활동한 게 딱히 없다”고 말했다. 최근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가 인권침해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지만 수사심의위나 자문위에 이와 관련된 안건은 올라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올해부터 매월 전체 검사 회의를 열고 처장과 차장, 검사들끼리 조직 운영이나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 처장은 최근 전체 검사회의에서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 고려한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21일 공수처 출범 1주년 행사는 외부 인사 초청이나 언론 간담회 없이 내부 행사로 진행됐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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