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데스크시각] 미래학교, 생활체육 거점으로

송세영 문화체육부장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이야기를 처음 접한 건 지난해 8월 도쿄올림픽 폐막 직후였다. 정부가 2025년까지 18조5000억원을 투입해 40년 이상 지난 1400여 학교의 노후한 건물 2835동을 개축, 리모델링한다고 했다. ‘그린’은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친환경 공간, ‘스마트’는 디지털 수업이 가능한 교육 환경, ‘미래’는 토론과 실습에 적합한 공간으로 바꾼다는 의미라고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을 중심으로 추진하지만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만 관심 가질 일은 아니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하나 되도록 학교 복합화를 추진해 도서관 체육시설 컴퓨터실 등을 지역 주민과 공유한다는 비전이 들어 있다. 체육계 입장에선 전국에 최대 1400여개 체육시설이 새로 생긴다는 이야기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확인된 생활체육 인프라의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희소식이다.

학생들을 안전하고 쾌적하며 미래지향적 환경에서 공부하게 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이 사업은 지난해 첫해부터 갈등을 불렀다. 공사 중에 학생들이 임시로 공부할 공간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 충분한 의견 수렴 없는 밀어붙이기식 사업에 대한 불만, 학생 교육의 질 저하 등에 대한 우려가 학부모들로 하여금 거리로 나서게 만들었다. 사업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학교 구성원의 참여하에 추진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갈등이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백년대계다. 시간이 걸려도 이해당사자 간 소통을 통해 밑그림부터 차근차근 그려야 한다. 하지만 교육과 복지보다 경제에 방점이 찍히면서 속도전이 돼버렸다.

이 사업의 발단은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5월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선언한 ‘한국판 뉴딜’ 추진이었다. 두 달 뒤 서울시장과 서울시교육감이 ‘학교 현대화 뉴딜, 미래를 담는 학교’를 포함해 달라고 건의하면서 한국판 뉴딜의 하나가 됐다. 뉴딜 사업의 특성상 교육적 측면보다 코로나 극복, 일자리 창출, 선도경제 인프라 구축 등 경제적 의미에 힘이 실렸다. 교육은 도로 만들고 댐 짓는 것과 기본 성격 자체가 다르다. 부작용이 예고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지난해 갈등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교육부가 새로운 원칙을 천명했다. 지난 12일 올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기획부터 설계까지 사용자 참여 원칙을 정했다고 밝힌 것이다. 대상 학교 선정, 공사 중 안전관리와 학습권 보장 등 필요한 사항은 모두 교사 학부모 학생 등 구성원의 협의와 동의를 거치도록 의무화했다. 환영할 일이다. 이제 더 나아가 정부 유관부처,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체육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조와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체육시설만 놓고 봐도 개별 학교 차원의 시각으로 접근해선 한계가 명확하다. 관리하기 쉬운 실내체육관만 천편일률적으로 지어질 공산이 크다. 인구와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해 수영장 빙상장 같은 체육시설도 안배하고 가능한 곳에는 공인 규격의 육상트랙이나 축구장 야구장도 지어야 한다. 건립 후 학교 측이 짊어지게 될 관리나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지원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어떤 체육시설이든 마구잡이로 지어선 활용도가 떨어진다. 설계 단계부터 체육 전문가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쓸모 있는 시설로 만들어야 한다. 새 체육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지도자와 프로그램도 준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공서비스와 복지 차원에서 주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스포츠를 배우고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생활체육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다. 교육계와 체육계, 지자체,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절실하다.

송세영 문화체육부장 sysoh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