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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턱 못 넘는 ‘절대적 종신형’… “도입 검토 필요”

김태현 항소심, 이례적 의견 밝혀
수차례 입법 시도에도 매번 좌절
헌법 ‘신체의 자유’ 침해 논란도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세 모녀 살인 사건을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가 “절대적 종신형이 집행돼야 한다”는 이례적 의견을 밝힌 배경엔 사형을 대체할 형벌에 대한 사법부 고민이 녹아 있다. 유명무실한 사형제 대신 범죄자를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할 방법을 법원이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아직까진 여러 번의 입법 시도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법에 없는 형벌’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입법부와 행정부가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6-3부(재판장 조은래)가 19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언급한 ‘절대적 종신형’은 수형자가 자연사할 때까지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을 의미한다. 형법이 정한 무기징역과 다른 점은 가석방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재소자는 모범적인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20년이 지난 뒤 가석방될 수 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필요성은 그간 종종 언급됐다. 지난해 4월 여성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최신종에게 항소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가석방 후 재범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당시 재판부는 “입법부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 형태의 무기징역 제도를 조속히 입법해 국민이 흉악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도 여러 형태의 절대적 종신형을 사형의 대안으로 제시해 왔지만 대부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현재도 비슷한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해외에선 미국(일부 주) 영국 아이슬란드 리투아니아 말타 네덜란드 등이 절대적 종신형을 채택했다.

절대적 종신형은 사형 대체방안 중 여론의 가장 큰 지지를 받았던 방안이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최한 사형제도 폐지 및 대체 형벌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인식조사에 따르면 사형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형벌로 사면·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78.9%)과 절대적 종신형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방식(82.5%)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다.

다만 비판할 지점도 있다. 신체의 자유를 영구히 박탈한다는 점에서 헌법 제12조가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1949년 사형제를 폐지하면서 절대적 종신형제를 두었다가 1978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선언이 나왔다. 당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위헌적 형벌”이라고 판시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태현 사건 당시 서울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장으로 수사팀을 이끈 임종필 부산동부지청 인권보호관은 “검찰의 구형(사형)대로 선고되지 않아 아쉽다”면서도 “실효성 여부를 떠나 가석방이 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은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가 제도 도입 필요성을 검토해 주면 좋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임주언 조민아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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