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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휴일] 쓸쓸함과의 우정


일곱살쯤이었어요 집 근처 남대천 변의 제방에 올라 바람도 없던 그 오전에 처음으로 쓸쓸했던 거예요 모래톱에 내려가 납작돌로 집을 지을 때 봄 햇살이 데리고 왔던 쓸쓸함이 처음으로 나의 돌집으로 들어왔던 거예요 함께 바라보던 바다 근처의 하늘은 너무 멀기만 해서 쓸쓸함과의 어색했던 모래놀이였어요

(중략)

이제 낡고 지저분해진 나의 쓸쓸함은 방랑을 탕진하고 갈 데도 없어졌지만 남대천 모래톱 그 따뜻한 돌집으로 돌아가 함께 살 수는 없을 거예요 가는 비조차 피할 도리가 없는 정처란 그런 거예요 내가 돌볼 수밖에 없는 그저 쓸쓸한 쓸쓸함이 된 거죠 서울은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돌집은 사라졌어도 우리 손잡고 바다를 볼 수는 있잖아요

-심재휘 시집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중

쓸쓸함이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온 유년의 순간을 아름답게 묘사했다. 시인은 그 쓸쓸함이 “이제 낡고 지저분해진” 것이 되었고, “그저 쓸쓸한 쓸쓸함”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시 강릉의 바다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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