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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컬링 ‘뉴 오벤저스’ “기대해도 좋습니다”

[니하오! 베이징 2022] <7> 휠체어 컬링 대표팀

2022 베이징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휠체어 컬링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9일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 컬링장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권현구 기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컬링은 ‘비인기 종목’이었다.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메달밭인 쇼트트랙이나 동계올림픽의 꽃인 피겨스케이팅에 집중됐다.

평창 대회 개막과 함께 국내에선 컬링 열풍이 불었다. 처음 불을 붙인 건 여자컬링대표팀 ‘팀킴’이었다. 모두 김씨 성으로 시작해 팀킴으로 불린 대표팀은 매 경기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컬링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었다. 대표팀이 경기 중 외친 ‘영미~’ ‘헐~’ 등은 유행어가 되고, 김은정에겐 ‘안경 선배’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전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이 분위기를 이어간 건 휠체어 컬링 대표팀이다. 휠체어 컬링팀은 대회에서 패럴림픽 중립선수단(NPA·러시아), 캐나다, 중국 등 강호를 제치고 예선 1위(9승2패)로 4강에 진출했다. 휠체어 컬링 대표팀은 뛰어난 활약에 ‘오벤저스’라고 불렸다. 팀킴과 달리 5명의 성이 모두 달라서 붙은 별명이다. 준결승전과 3~4위전에서 석패하며 최종 4위로 대회를 마감했지만, 감동은 컸다.

팀원이 바뀌어 ‘뉴 오벤저스’가 된 2022 베이징 패럴림픽 휠체어 컬링 대표팀을 지난 19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만났다.

평창 관중석에서 베이징을 꿈꾸다

휠체어 컬링 대표팀은 고승남(37) 장재혁(51) 정성훈(44) 백혜진(39) 윤은구(53)로 구성됐다. 5명 모두 패럴림픽이라는 무대가 처음이다. 컬링 경력도 3~8년 정도로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지난해 6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한전KDN, 서울시청 등 강호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들은 주변 사람의 추천, 직접 웹서핑 후 현장체험 등 각각 다른 경로로 컬링을 접했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지만, 금세 컬링의 매력에 빠졌다. 고승남은 “컬링을 시작하기 전에는 컬링의 ‘키읔’자도 몰랐다”며 “투구한 샷으로 다른 스톤을 펑펑 쳐내는 시원함이 재밌어서 계속하게 됐다”고 했다. 윤은구는 “제 샷이 하우스 안에 들어가는 게 신기했다”고 했다.

평창 패럴림픽 때만 해도 이들은 휠체어 컬링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심자 쪽에 속했다. 국가대표 상비군에 포함된 이도 있었지만, 컬링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 당시 휠체어 컬링을 하던 선수 입장에선 평창 대회 직관이 새로운 도전의 계기가 됐다.

평창 대회 때 강릉컬링센터에 직접 관람을 갔던 정성훈은 “대회를 지켜보면서 ‘너무 부럽다. 나도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의정부 롤링스톤 소속인 이들이 ‘완전체’가 된 건 2년 6개월 전이다. 기존 3명에 2명이 합류하면서 5인 팀이 구성됐다. 베이징을 목표로 훈련에 매진했다. 지난해 6월 경기도지사배에서 6승 2패를 기록한 데 이어 국가대표 선발전 플레이오프에서 정상에 올라 국가대표가 됐다.

평창 패럴림픽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다가 베이징 대회에 직접 출전하게 된 심경을 물었는데 5명 모두 똑같은 답을 내놨다. “선발된 순간에는 기뻤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국가대표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부끄럽지 않은 국가대표가 되겠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대회 부진이 ‘약’

대표팀이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 아이스 큐브 컬링장에서 열린 휠체어 컬링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을 때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휠체어 컬링 대표팀은 이천선수촌에서 베이징 패럴림픽을 향한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임성민 대표팀 감독은 “샷감을 익히는 빙상 훈련과 체력 훈련을 중점적으로 한다”고 했다. 특히 컬링 스톤을 원하는 위치에 놓는 드로우 훈련과 상대 스톤을 쳐내는 테이크아웃 확률을 높이는 훈련에 집중한다.

최근 세계대회에서 부진했던 게 약이 됐다. 대표팀은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 아이스 큐브 컬링장에서 열린 휠체어 컬링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해 전체 12팀 중 9위에 그쳤다. 강호 러시아에 승리했지만 다소 약체로 평가받는 슬로바키아 등에 패배했다. 특히 라트비아전의 충격이 컸다. 당시 대표팀은 8엔드에 마지막 스톤을 쳐내면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샷이 빗나가면서 패배를 안았다. 임 감독은 “그 경기 후 선수들과 피드백을 거치면서 팀 분위기가 조금 변한 것 같다”고 했다.

선수들은 귀중한 경험을 얻었다고 했다. 백혜진은 “당시 베이징 경기장 빙질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경험도 부족해 당황했던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장재혁은 “처음 나간 세계대회여서 분위기 적응이 쉽지 않았다. 다들 당황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후 전지훈련도 영향을 줬다.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캐나다 오타와로 전지훈련을 다녀온 데 이어 12월 스웨덴에서 열린 유로 슈퍼리그에 참가했다. 여기선 5위를 기록했다. 임 감독은 “전지훈련 등을 거치면서 각 선수의 작전 수행 능력을 분석하고 팀이 나아갈 방향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세계대회 경험 등을 통해 바뀐 것도 있다. 딜리버리 스틱을 교체했다. 휠체어 컬링은 손으로 스톤을 던지는 일반 컬링과 달리 스틱을 이용해 투구를 하는데, 대표팀은 세계대회 이후 스틱을 전부 교체했다. 기존에는 알루미늄 소재였는데, 이젠 카본 소재를 사용한다. 선수들은 “카본 소재가 조금 더 길어서 정교한 샷을 구사하기 좋다”며 “적응은 어느 정도 마친 상태”라고 했다.

빙상 훈련 방식도 바꿨다. 컬링장의 빙질을 조금씩 바꿔 샷감을 조율 중이다. 세계대회에서 빙질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다양한 빙질을 경험해 보기 위해서다.

대표팀의 훈련은 일주일 내내 쉴틈 없이 진행된다. 오전 9시부터 체력 훈련, 10시~12시 빙상 훈련, 오후 2~4시 다시 빙상 훈련, 오후 4~5시 전력 분석, 오후 7시 이후 개인훈련으로 이어지는 강행군이다. 백혜진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 한다”고 했다.

대표팀은 장애인 전국체전에 나가 막판 컨디션을 조절한 뒤, 2월 말쯤 패럴림픽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베이징 패럴림픽의 목표를 묻자 선수들은 “후회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결과는 그다음에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은구는 “세계선수권 대회 때보다는 나은 기량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천=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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