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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과학적 ‘선화장 후장례’ 개정하고도 사과조차 없는 당국

정부가 코로나19 사망자와 관련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선(先)화장 후(後)장례’ 지침을 변경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행정편의적 발상의 방역지침으로 임종을 지키지 못한 채 화장 후 유골함만 받아야 했던 유족들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시신에 대한 장사방법 및 절차 고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6일까지 행정예고한 후 27일부터 시행된다. 현행 장례 지침이 코로나 관련 정보가 부족했던 유행 초기에 엄격한 기준을 토대로 설정된 것인 만큼 장례 후 화장이 가능하도록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늦어도 너무 늦은 뒷북 정책이다. 정부의 설명대로 현행 지침은 코로나 발생 초기 사망자의 체액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2020년 3월 ‘시신으로부터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는 증거는 없으며 시신을 화장해야 한다는 것은 흔한 미신에 불과하다’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사망자로부터 감염될 위험이 거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전문가 역시 과학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지적해왔다. 세계에게 우리나라처럼 선화장 후장례를 치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유족들은 시신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낮은 만큼 고인의 존엄을 지키고 유족에게도 충분히 추모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며 지침을 개정해달라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2020년 2월 국내 첫 사망자 발생 이후 지금까지 사망자는 6540명이고, 이 중 상당수는 고령층이다. 이들은 확진된 순간부터 사랑하는 가족과 철저히 격리된 채 사투를 벌이다가 사망했다.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지 못하고, 수의도 제대로 입혀드리지 못한 자식 입장에선 평생 두고두고 가슴에 사무칠 일이다. 장례 과정에서도 사망자에 대한 존엄은 없었다. 관에 수시로 소독약을 뿌리며 시신을 바이러스인 것처럼 여겼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시신을 통한 감염 전파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유족이 고인을 쓸쓸하게 보내드린 후 오열했던가. 정부가 뒤늦게나마 비과학적인 지침이었음을 인정하고 이를 개정하기로 했으면 먼저 코로나로 사망한 고인과 유족에게 사과부터 할 일이다. 이들은 억울해도 정부의 방역지침이기에 묵묵히 따르지 않았던가.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정부의 공식 사과는 마땅히 이뤄져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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